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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퇴직 기준 공지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입사 10년 차 이상, 나이 40세 이상"


그동안 온갖 소문으로만 난무하던 퇴직 기준이 발표되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다는, 최근 우리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던 그 초유의 관심사가 사내 게시판에 공지된 것이다. 회사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랭하고 침울해졌으며 군데군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퇴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모두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 모습이었다.


'내가 집에 가야 할 때가 훌쩍 넘었나 보구나. 세월 참 빠르다.'


퇴직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한결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회사는 이번 퇴직에 대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 방향의 전환과 경영상의 이슈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긴 세월 회사를 위해 젊음과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들에게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현실은 황망하고 참담할 뿐이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대상자들을 상대로 면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나를 포함한 대상자들은 저마다의 앞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개중에는 회사에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면담과 동시에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루종일 눈앞이 캄캄하고 도무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뉴스로만 봐왔었던 일이 이제는 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퇴근 시간이 되었는데도 집으로 가야 하는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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