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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an 22. 2024

마지막 출근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여느 때처럼 변함없는, 그렇지만 회사에 마직막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사무실에서 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타부서의 몇몇 동료들이 찾아와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퇴직 대상에서 빗겨간 운 좋은 어떤 선배는 내 퇴직 소식에 불이 나게 달려와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일 잘하고 있는 네가 왜 나가는데?"

"이 기회에 제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보는 거죠 뭐. 하하하. 잘 지내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난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선배에게 아쉬운 작별의 마음을 전했다.

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점심 식사를 했다. 모두가 회사에서 더 크게 성공하기 바라고, 건강 광리도 잘하고, 꼭 정년퇴직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생각해 보니 동료들에게 정년퇴직이 의미있는 당부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났다. 요즘같은 세상에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마지막 근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지만, 내일이 찾아오면 난 또다시 터벅터벅 사무실로 출근해 내 일을 할 것만 같다. 내가 쓰던 책상과 의자, PC는 모두 그대로이겠지만 변한 것은 그 자리에 내가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제는 출근하려고 아침 일찍 눈을 뜨지 않아도 되고,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며, 일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은 중년이 되기까지 오낼 세월을 몸담아 온 회사, 그리고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같이 일해온 동료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이십 년이 넘는 젊은 날의 많은 흔적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희미해져 간다는 것은 그동안 무더멈하게만 살아왔던 내게 큰 파고로 다가올 것이다.


퇴근하는 발걸음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한 발 한 발을 내딛기가 너무나 무겁고 힘들다.


그래, 이게 바로 마지막 퇴근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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