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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자기 슈퍼맨이 된다면

by 루케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슈퍼맨이 된다면, 엄청나게 고독하겠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지구와 같은 행성 하나쯤 손쉽게 없앨 수 있게 될 정도로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정점이 있게 된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격차가 너무나 크게 나기에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힘들고, 만약에 고민이 있다고 하여도 맘을 터놓고 살아가기도 힘들고..


슈퍼맨이 '클라크 켄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기면서 살아가는 이유를 알 거 같다. 영화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비견될 정도의 악당이 있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한 시공간에 슈퍼맨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2명 있을 가능성은 없기에, 이는 성립되기 힘들다. 이런 가정 하에서 생각해 보면, 슈퍼맨이 자신의 힘을 숨겼던 이유는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이지 않았을까 한다. 스스로에게 제약을 두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해야만 사람들과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만약에, 자신을 제대로 숨기지 못했다면, 세상이 매우 따분해지거나, 나태해지겠지.

영화 '핸콕'과 만화 '원펀맨'처럼 말이야.


그나마 만화 '원펀맨'에서 사이타마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벙한 행동을 하면서 서로를 상쇄하여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도 하였기 때문에...





세상도 이런 강력한 능력을 가진 존재를 거부하겠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어벤저스가 존재 이유가 있었던 이유는 어벤저스 전체가 모두 덤벼도 이기기 힘든 '타노스'라는 강력한 악당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만약에 '타노스'가 없다면, '어벤저스'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어벤저스'는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면서 자멸하고 말겠지..





아니면 이럴 수도 있다.


강력한 히어로의 등장은 강력한 악당이 만들어지는 데 자극을 주게 되는 것일 수도.


세상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강력한 추리력을 가진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강력한 추리력이 필요로 하는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강력한 히어로는 강력한 악당 출현을 유도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약하지만 선량한 많은 사람들이 뜻하지 않는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생길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슈퍼맨은 오히려 '선'이 아닌 '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맨 그 자체는 '선'이라 하여도 '악'의 출현을 유도하여 많은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면, 슈퍼맨은 '선'일까? '악'일까? 어려운 문제다.




그렇기에 내가 만약에 슈퍼맨이 된다면, 끝까지 나의 능력을 숨기면서 살려고 할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고, '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상대편에 있는 존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숨기면서 살 거 같다. 그러다가 소소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도우면서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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