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돌이 집순이의 시작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2월이 되자 학교에서도 하나 둘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도서관 이용 방법', '감염증 예방을 위한 학부모의 협조' 등 코로나에 따른 학교 지침들에 대한 공지였다. 학사 일정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갔다.
"감염병 국가 위기 경보로 개학 일정 연기"
3월 초였던 개학 일정은 처음엔 1주일, 그 다름엔 2주일, 그리고 한 달 뒤로 점차 변경되어 갔다. 기나긴 방학이 계속되며 집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어른들은 점차 지쳐갔다. 할 게 없는 아이들은 태블릿으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모님이 계셨지만, 엄마가 장거리 출퇴근으로 일찍 집에서 나서고 저녁 늦은 시간에야 돌아오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보다 못한 학교에서는 지쳐가는 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온라인 심라 상담소도 열었다.
하루빨리 개학을 해서 아이들이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개학을 한다 해도 학교를 보내는 것이 맞나 하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계속되었다. 언제 새로운 공고가 있을지 몰라 학교 홈피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렸다. 그렇게 한 달 반여를 지낸 후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다.
'온라인 개학이라니...'
언니가 되어 유치원에 입학한다 기대했던 둘째 아이의 유치원 입학도 자연스레 연기가 되었다. 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조금은 자율성이 주어지는 상황이라 입학 연기 2주 후 다행히 입학식은 할 수 있었고, 개학 후 이틀간 반일로 등원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생님도 그렇고 학부모도 그렇고 어떻게 마음 편히 아이들을 보내고 맞이할 수 있었을까. 결국, 개학 이틀 만에 다시 등원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어머니, 수현이 잘 지내고 있나요? 보고 싶은 마음에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문 앞에 두고 갈게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선물을 한 아름 가져다주셨다. 직접 대면해 선물을 전해주지도 못하고 우렁각시처럼 문 앞에 두고 가는 상황. 받는 사람도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며, 그저 감사의 메시지만 전해야 하는 상황이 참 안타깝고도 아이러니했다.
그렇게 첫째, 둘째의 집돌이 집순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는 온라인 개학과 함께, 제대로 대면조차 하지 못했던 선생님과 반 아이들과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잘 알지 않은가. 온라인 수업은 어른들도 집중력을 잃기 십상인데, 아이들을 긴 시간 집중해 듣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 수업이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하나라도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도, 모니터에 앉아서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도 안타까웠다.
수업의 제약으로 하루 두, 세 시간 수업이 끝난 후엔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아이들에게 긴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이모님이 계셔 다행이지만, 모든 시간을 이모님께만 맡길 수만은 없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엄마의 물리적인 역할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되니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집을 향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쿠킹 클래스 킷, 보드게임 등 놀거리를 사다 날랐다. 간식거리도 넉넉히 채워두었다.
'그렇게 확진자가 아닌 확찐자가 되어가는 아이들.'
다행히 여름이 다가오며, 거리두기 체계도 잡혀가고 학교의 제도도 안정화되며 등교가 결정되었고 주 2회, 3회로 핑퐁 등교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이내 여름방학을 맞이하였지만, 2학기엔 풀데이로 등교하게 될 것이라는 공고와 함께 어느 정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2학기에도 만만치 않은 혼란이 있었던 학교 생활이었지만..!
아마도 많은 집들이 참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아이들. 그리고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닐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온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던 어른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으로의 지쳐가는 마음에 그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모님과 함께였지만, 아빠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집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여차여차 그 시간들도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고 지나치거나 괜찮을 것 같은 작은 일들도 쌓이고 쌓이면 커지는 법.
낯설게 변해버린 학교 시스템, 여기저기 코로나 전염 불안감에 잔뜩 겁먹은 사람들의 이야기, 타국에 있는 아빠의 부재와 엄마가 없는 집에서 매일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불안감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을 것이란 걸, 그땐 차마 깨닫지 못했다.
변해가는 아이들, 알았다면 조금은 다르게 해 보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
다음 이야기, "진실은 저 너머에..."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