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아 Oct 23. 2024

이런게 생이별이었구나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국내에도 발생했습니다. 우한에서 입국한...."


1월 초 일본으로 출국했던 남편은 2주 후 필요한 서류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잠시 한국에 입국했다. 2주만인데도 몇 달은 떨어져 있었던 듯 그 시간이 아득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었고, 특히나 빡세기로 소문난 상사와의 새로운 만남이 고되었었는지 얼굴도 헬슥해져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아빠가 빠진 일상에서 아이들을 챙기며 바쁜 날들이 보내고 있었다. 


방학이었음에도 학습지, 태권도, 피아노, 수학 등 각종 학원 스케줄로 바빴기에 아이들의 일상은 빠르게 지나갔다. 워킹맘으로의 나의 일상 역시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좀 더 바빠진 일상과 함께 마음의 여유는 사라져갔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옆에 마음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종종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졌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며 차차 적응해가고 있었다. 


"한 두 달에 한번씩은 올게. 회사에 이야기하고 주말에 오면 되니까." 


보름만에 왔던 남편은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일본으로 돌아갔다. 한데, 그게 마지막 입국이었을 줄이야...남편이 출국한 며칠 후부터 국내 코로나 환자에 대한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접촉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모두 95명 입니다'

'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그게 뭐지?"


10년 전 신종플루로 바이러스에 대한 포비아를 겪었었기에 확산되는 속도와 예측할 수 없는 증상에 사람들이 공포는 점점 커져갔다. 마스크 사용 의무화가 되며 마스크 사재기도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마스크 사놨냐, 어디서 구할 수 있냐'란 이야기들이 오갔다. 약국에서도 쿠팡에서도 마스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웃돈까지 주며 마스크를 구해야만 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학원을 보내야 하는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만을 던질 뿐이었다. 회사에 출근 하고, 아이들도 학원과 집을 오가며 스케줄대로 지내고 있었지만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아. 당분간은 집에 가진 못할 것 같고.. 지켜봐야할 것 같은데"


2월, 해외 입국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며, 다발적인 바이러스 감염 경로에 대해서도 추척해나갔다. 해외 입국객들을 대상으로는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고 입국해서 2주간 매일 검사를 해서 제출해야 한대'

'입국해서 대중 교통은 안되고 택시를 타야 한다는데. 택시에 대한 정보도 제출해야 한다네'

맞는지 아닌지도 모를 이야기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렇게 대혼란의 시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도 곧 막힐 거라네.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지"


중국, 홍콩 등에서 시작되었던 입국 금지가 일본 입국객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발이 묶여 오고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곧 풀릴거야란 희망을 갖기엔 코로나의 여파는 더욱 심각해져갔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 언제 풀리게 될 지 알 수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달에 번은 오겠다 했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 그렇게 우리 가족의 생이별을 맞이하였다.

생이별과 함께 나의 진짜 독박육아도 시작되었다.







+@

다음 이야기, "학교도 유치원도 닫았어요 - 집돌이, 집순이의 시작"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이전 01화 얘들아~아빠 돈 벌러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