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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 Nov 06. 2024

진실은 저 너머에

"회사에 말해야 하지 않아?"

"글쎄, 말해야 할까 잘 모르겠네.."


남편이 없으니 분명 이렇게 저렇게 생길 아이들 일로 회사에 양해를 구하게 될 일이 종종 있을 터였다. 남편이 해외주재원으로 몇 년을 자리를 비우게 되었으니, 급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이 사실을 말해두는 편이 맞다 했을 것이다.

학교에 있다가 살짝 열만 올라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시기였으니 아이들은 언제든 집에서 케어가 가능한 상황이었어야 했고, 코로나가 점점 더 번지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봐주시는 이모님도 언제 격리되셔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으니 말이다. 이제 이런저런 집안 대소사는 생각할 것도 없이 온전히 나의 몫일터이니, 항상 급하게 휴가를 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에 이야기를 꺼내길 망설이고 있는 나..


부장 승진을 앞서고 있던 때였다. 회사에 말을 꺼내는 순간 이런저런 말들이 오갈게 분명했다. 언제 남편을 따라 나갈 건지, 왜 나갈 때 같이 안 갔는지, 갔다가 언제 돌아올 건지 등등. 나갈 준비는 1도 안되어 있는 들었다 놨다 하며, 남편 따라 주재원을 갈(혹은 이미 간이라고 소문이 날지도..) 직원이 되어있을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모든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승진의 시기, 대상에 오르면 그다음은 정성 평가가 전부라 할 수 있는 게 승진이었다. 가장 골치 아픈 일이 승진자 선발이었기에, 승진 대상자들에게 없는 흠이라도 만들어 평가해야 하는 게 승진 평가 과정이다. 곧 휴직할 수도 있는 사람을 대상에 올릴 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급을 놓칠 순 없겠다 싶었다.


"말하지 말까 봐.."

"괜찮겠어? 회사에 이야기 안 하고 혼자 아이들 챙기기 쉽지 않을 텐데.."


한참 고민 끝에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주재원 워킹맘으로 본인이 아이를 혼자 케어해 본 친구였다. 이 상황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란 걸 경험으로 아는 친구였기에 우려는 했지만, 승진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었다.


코로나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상황, 해외 생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남편도 주재원 생활을 접고 언제든 돌아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해외 학교들도 문을 닫아 혹여 남편을 따라나선다 해도 아이들 입학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 나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없는 상황이었고, 이것이 내가 결정할 있는 유일한 선택이겠다 싶었다.


진실은 저 너머에..


그렇게 나는 남편이 주재원을 가게 되어 홀로 아이를 케어하게 된 상황을 회사에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 -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어'란 말처럼, 낯설게만 느껴졌던 홀로 육아 생활은 어느새 익숙해져 갔다. 물론, 그 시기 회사에서 새로운 포지션으로 옮기게 되며 새로운 일들에 적응하느라 힘이 배로 들긴 했지만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슈퍼 울트라 워킹맘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었다.


Saydung89, pixabay






+@

다음 이야기, "슈퍼 울트라 워킹맘 되기"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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