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길을 걸으며
친한 후배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팀장님, 이번에 저희 조직 행사를 해야햐는데 발표 하나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응? 무슨 발표인데?"
"음, 커리어에 대한 강의? 이번 행사에서 각기 다른 커리어를 가지신 팀장님 세 분을 모시고 자신의 커리어 소개를 하려고 해요. 저희끼리 논의했는데, 팀장님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스마일)"
넉살 좋게 웃는 후배 일지라도 평소 같으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박에 거절하고, 미션 임파서블의 톰크루즈마냥 '그 미션은 나에겐 임파서블이구려'라며 역할을 어떻게든 요리조리 피했으리라. 가뜩이나 발표 울렁증에 해야 할 발표들만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는데 주제도 애매한 커리어라니, 현장에서 앞에 나와 어색하게 발표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한마디로 '오 마이 갓!'이었다.
한데, 그날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알겠어. 대신 커피 한잔 사"라고 쿨하게 승낙해 버렸다. '이것도 기회인데 한번 해봐?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어'라며 본 적 없는 낯선 이가 갑자기 내 안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또 다른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는 이는 '아냐, 분명 후회할 거야. 네가 발표했을 때 그 어색한 분위기 어쩔 거야. 발표할 만큼 대단한 커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정신줄 놓지 말라며 나를 흔들어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돌아보면 결정적으로, 미라클모닝을 해나가며 독서를 하고, 필사를 하고, 글쓰기도 하며 많은 온라인 활동들을 해나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보았기에 더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나 싶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온라인의 세상에서조차 글로, 또 온라인 강의로 자신의 이야기를 멋지게 해내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간 그런 용기를 내보리라' 생각해오고 있었는지도.!
일을 하고도 돈만 받으시겠어요?
아님 성장, 의미, 재미, 보람, 성취도 가져가시겠어요?
일에 들어있는 선물이 이렇게 다양한데 돈만 받는데 그친다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닐까요?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그날 새벽에 읽었던 책의 구절도 떠올랐다. 뭔 오기로 그랬는지, 적지 않은 커리어인데 나의 커리어를 정리해 보고 직장생활의 의미를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도 들었고,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작은 동기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그간 새벽 시간을 통해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이야기해 줬듯 해 볼 기회가 왔을 때 'Just do it'을 실행해 볼 기회이지 않나 생각했다.
승낙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유휴이 뒤돌아 자리로 돌아가는후배의 뒷모습을 보며 금세 '왜 그랬어' 머리를 쥐어짜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 재밌게 해 보자 다짐했다.
보고 자료 발표, 고객 프로모션 등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자료는 수도 없이 만들어보고 발표도 해보았지만 나의 인생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10~15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후배, 동료, 선배들 앞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발표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막상 준비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 괜히 연필을 깎고, 가만히 있는 책장을 뒤엎어 책상을 정리하며 현실을 부정하고픈 학생처럼, PPT를 켜놓은 채 열심히 딴일들에만 몰두하고는 여전히 첫 장에 머무르고 있는 웃픈 나를 보며 스스로 조바심만 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의 루틴인 새벽 5시 기상, 그날도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읽던 책을 펼치려 했다가, 전자책 발행 이벤트로 받았던 블로그 이웃의 책이 떠올랐다. 브랜딩에 대한 책이었고 저자의 직장에서의 경험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그래! 이거였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인 '봉우리와 골짜기', 시간의 흐름으로 자신의 경험을 나열하고 그때의 자신의 위치를 봉우리의 높이와 골짜기의 깊이로 표현해 그려보는 것이었다. 20여 년의 나의 커리어를 쭉 늘여보고, 각 시점에서 나는 봉우리를 오르고 있었는지 골짜기로 떨어지고 있었는지 그림을 그려보았다. 꽤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졌고, 각 시점에 나의 경험담과 배웠던 점을 이야기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200여 명의 동료들 앞에서 나는 발표를 했고 (혹은 손발 오그라드는 강의를 해냈고), 나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 길 위에서 성장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서 왔었구나 자신을 관찰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직장에서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겪어낼 테지만 또 나름 해나가겠지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많은 용기와 영감을 주는 새벽 시간, 그 시간과 함께 나는 오늘도 새로운 도전들을 마주한다. 그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책 한 권, 한 줄의 글 속에서 삶의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할 수 있다는 믿음, 낯선 곳으로의 한 걸음도 내딛어 볼 수 있다는 용기, 새벽 시간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결국 내가 경험하는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나를 만든다는 사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Just Do It으로!
다음 이야기, "전투애, 동기애, 우리는 새벽 친구들"
기대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