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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셰익스피어, 민음사)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by 이작가야

햄릿을 생각하면 무지가 지(知)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지만, 내용은 대충 안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방송을 봤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이라는 대사를 영국 억양으로 말했는데 너무 멋있었다. (원래 똑똑한 분이겠지만, 그제서야 뜬금없이 그가 너무나도 박식해보였달까...) 그런 생각을 5분이나 했으려나... 햄릿 분장을 한 전현무씨의 광고를 보고 빵터졌다.

이야기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알아서 크게 재밌진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작품해설까지 읽고나니 감탄사가 나왔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싶었다.




주요 사건

- 1막: 유령으로부터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듣게 됨.

- 2막: 왕과 왕비가 햄릿의 광증을 걱정하며 오랜 친구를 부름. 그들은 왕궁으로 오던 중 연극 팀을 본 얘기를 하고, 햄릿은 이를 통해 삼촌으로부터 진실을 실토하게 할 연극을 계획함.

- 3막: 연극을 보고 왕은 취수혼과 형제 살인에 대해 가책을 느낌. 왕비를 만나러 가던 중, 이를 목격한 햄릿은 왕을 죽임으로써 복수를 고민하지만, 구원 받지 못할 순간에 죽이는 것으로 결정함. 왕비와 대화를 나누던 중 숨어있던 폴로니우스를 발각하고 살인을 저지름.

- 4막: 오필리어는 정신을 잃었고, 레어티스는 덴마크로 돌아옴. 처음에는 저항했으나 사건의 내막을 알고, 왕과 햄릿에게 복수할 방법을 도모함(왕: 독약을 잔에, 레어티스: 캍 끝에 독약을 묻힘). 오필리어가 익사한 사실을 알게 됨.

- 5막: 영국으로 가던 길에 햄릿은 돌아오고 오필리어의 죽음을 알게 됨.



기억에 남는 구절
친구들은 겪어보고 받아들였으면 그들을 네 영혼에 쇠고리로 잡아매라. (중략) 네 귀는 모두에게, 네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의견을 다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해라. 지갑의 두께만큼 비싼 옷을 사 입되 요란하지 않게끔, 고급진데 야하진 않게끔 해, 복장으로 사람을 아는 수가 많으니까.(36쪽)


하지만 이번 일을 어떻게 추진하든 네 마음을 더럽힌다거나 네 어미에 대하여 계책을 꾸미지는 마라. 그녀는 하늘과 가슴속에 박혀서 그녀를 쑤시고 지르는 가시에 맡겨 둬라.(49쪽)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95쪽)


사랑의 발단은 시간임을 알고 또 그 불꽃과 열기도 시간 가면 줄어듦을 증거를 통하여 실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길 속엔 그걸 약화시키는 일종의 심지나 검댕이 자라며 언제나 꼭 같이 좋은 건 없단다. (174쪽)


가련한 오필리어, 네겐 물이 너무 많아 눈물은 삼가겠다. (178쪽)




감상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유명하다. 비극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슬픈 분위기인 것과 더불어 종국에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인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햄릿에서도 등장 인물 여섯 명이 죽는다. 재상 폴로니우스의 죽음이 발단이 되어 오필리어 거트루드, 클라우디우스, 레어티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햄릿까지. 레어티스와 햄릿의 관계가 재밌었다. 본인 아버지를 죽게 만든 현재 왕이자 삼촌 클라우디우스를 죽이고자 하기 때문에, 햄릿 역시 아비의 복수를 꿈꾸는 레어티스의 칼끝을 피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한 이야기 안에 같은 이유로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해서 그들의 관계성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또, 오필리어의 죽음을 모티프로 한 그림이 유명하다. 그래서 오필리어와의 애절한 사랑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좀 놀랐다. 결국 아버지를 잃고 정신을 잃은 오필리어가 익사로 생을 마무리 하는 점이 아쉬웠다.


이 책의 주제는 복수심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복수심 대 양심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햄릿은 유령으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들었다. 분노를 하다가도 느닷없이 유령이 악령이 아닐까 의심해, 간접적으로 복수하기 위해 극중극을 꾸민다. 그리고 왕(이자 숙부)가 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을 통해 유령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무방비하게 기도하고 있는 그를 직접 죽이는 등 곧바로 복수를 행하지는 않는다. 이는 ‘To be or not to be(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그의 대사와도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그의 무의식적으로 내재된 양심이 자살도, 살인도 가로막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그러다 명예를 위해서 명분을 찾아내는 포틴브래스를 보았고, “인간은 목표물을 대충 깎고 그 완성은 신이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햄릿은 종국에 양심(무의식)과 복수심(의식) 사이에서 완벽한 복수를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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