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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저널(라이더 캐롤, 한빛 비즈)

2025년을 맞는 새로운 힘

by 이작가야

자고로 신년에는 휘황찬란한 계획을 세워줘야 하는 법. 알고리즘은 나를 불렛저널로 이끌었다. 예년 같았으면 '속지를 어느 천년에 그린담. 매일 기록하는 것도 바쁜데, 내지까지 꾸밀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텐데. 올해는 이상하게 불렛저널에 마음이 갔다.


'불렛(bullet)'은 말머리 기호를 의미한다. 불렛저널은 집중력 결핍 장애(ADD)를 앓던 저자가 자신의 일정과 목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록법이다. 직장 동료에게 설명해 줬던 것이 발판이 되어 본인이 일을 하던 기업 내 사람들에게 퍼졌고, 그러다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게 된 방법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작가 본인이 불렛저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 불렛저널의 필요성, 작성법을 다뤘다. 난 시간 관리도 꽤 잘하고 행동력이 좋은 편이기에 (과신일지도....^^) 불렛저널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우리 삶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리고 불렛저널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우리가 속한 세상, 사람들, 심지어 감정이 일으키는 새로운 문제를 놓고 의도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255쪽)
일평생 많은 걱정이 있었다 대부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마크 트웨인)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달라이 라마)


노션(notion), 구글 캘린더 등 일정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하고 효율적인 도구가 있는 이 시점에 수기로 다이어리를 작성할 필요가 있는가.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의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불렛저널을 작성하고 보니 그 효용은 엄청났다. 또, 셋업을 잘 구성해 놓으면 내지 작성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진 않았다. 사각사각 종이에 펜이 닿는 질감이,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순간이 ASMR을 틀어놓은 것처럼 힐링이 되었달까.



불렛저널 기본 셋업

그렇다면 불렛저널 셋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Index(색인)Bullet(말머리 기호), 퓨처로그, 먼슬리로그, 데일리로그라는 항목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는 펜과 다이어리, 예쁘게 꾸미겠다는 부담만 내려놓으면 불렛저널을 쓸 준비는 끝...!


Index와 Bullet

인덱스와 말머리 기호는 다이어리 시작 부분에 작성해 뒀다. 내지 양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덱스는 필수! 체계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필요할 때 찾아보려면 인덱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불렛저널에서는 인덱스에서 '연결하기' 기능도 설명해주고 있으니 책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Future Log


퓨처로그는 불렛저널의 자율성 때문에 필수인 항목이다. 처음에는 먼슬리 로그가 있는데 퓨처로그가 따로 필요한 이유가 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불렛저널을 작성하다 보니 이해가 딱..! 먼슬리 로그를 매달 그려야 하는데, 다음 달이나 그다음 달의 일정이 미리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퓨처로그에 기록해 뒀다, 해당 달의 먼슬리 로그를 만들 때 옮겨 기록해둬야 했다.


Monthly Log


먼슬리 로그부터는 조금 더 자율성이 생긴다. 어떤 식으로 구성하면 좋을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검색을 많이 했다. 인스타그램에 #불렛저널 #먼슬리로그, 핀터레스트에 #bujo monthly log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예시를 볼 수 있다. 취향에 맞는 걸로 따라 그리면 끝!

Daily Log


유튜브에서도 여러 예시를 찾을 수 있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양식으로 골랐다. 상단에는 말머리 기호로 할 일들을 표시하고, 그 아래에는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네 가지 항목을 마련했다. 요즘은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배운 점, 바라는 점에 대해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식사 시간과 음식, 운동을 기록하고 감사 일기 세 가지로 마무리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낸 기분이다 : )


나만의 컬렉션


불렛 저널에 푹 빠지게 된 이유! 굳이 품을 들여 수기로 작성해야 하냐 묻는 당신에게, 굳이 시간을 들여 양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나만의 컬렉션 때문이다.


컬렉션은 퓨처로그 다음, 먼슬리 로그 시작 전에 적었다. 1년 중 언제든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만다라트, 습관 기록, 행복 모음집, 습관과 기분 기록, 위시리스트, 소비기록, 살림 기록 다양한 컬렉션을 만들어보았다.


만다라트

첫 번째는 바로 만다라트..! 2025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그리고 분기별로 잘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칸도 만들어뒀다. 어떤 식으로 실천 정도를 판단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그리고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란 멘트로 마무리했다. 대학생 때 본 글귀인데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습관 기록

이건 다달이 기록할 예정이다. 내가 매달 이루고 싶은 습관을 적고 잘 달성하고 있는지 체크해보려고 한다. 이제 겨우 일주일 남짓 지났는데, 생각보다 군것질 끊기와 일어나서 바로 폰 확인하지 않는 게 어렵다는 걸 느낀다. (곧바로 바른생활 사나이가 되진 않아도 적어도 왜 살이 찌는지.. 이해가 된달까)


그리고 기분을 체크하는 것도 좋다. 이건 임신 기간 중에도 그렇고, 출산 후에도 감정 기복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할 것 같다.


행복 모음집


위에 따로 적진 않았지만, 나는 먼슬리 로그 이후에 먼슬리 리뷰 항목도 만들어 두었다. 매일 재밌게, 열심히 사는 것 같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 대체 뭘 했는지 기억 안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다못해 어제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시간이, 내 젊음이 아쉬워 만든 항목이다.(물론 어떤 뛰어난 유투버의 양식을 따라 한 것이다..^^) 12월에는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을 한데 모아봐야겠다.


소비 기록


작년 가정 경제 흐름을 살폈을 때 저축 금액 자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계획적으로 소비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부족했다. 그래서 올해는 예산 대비 지출을 비교해서 기록하려고 한다.


위시리스트


용돈을 각각 10만 원으로 잡아놨는데, 그 금액 이상의 물건을 사고 싶을 때는 돈을 좀 모아서 사보려고 한다. 위시리스트는 '사기 전에 세 번 생각하기, 바로 결제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라는 원칙에서 만든 양식이다. 그냥 사고 싶어서 사버리는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길 바라며.


살림루틴 기록


살림은 끝이 없다. 항상 쌓여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스트레스인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매주, 매달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 남편과 내 일을 나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 부담감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다.

냉장고 파먹기


쓸데없는 건 사지 말아야지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식비가 늘어버렸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가볍게 생각했더니 2인 식비 치고는 꽤 지출이 커졌다. 하물며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는 일이 잦은 것도 아닌데. 그래서 냉장고 파먹기라는 항목을 만들었다. 냉장고에 처치해야 할 식재료를 파악하고 식단을 미리 계획해 놓으면 쓸데없이 쇼핑하거나, 갑작스럽게 외식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 시점에 불렛저널이란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야 경주마 같은 사람. 정각이 되면 시작할게~ 하며 미루는 '정각 병'은 없다. 하지만 연초에 기록에 대한 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두에는 그저 '연초에 세우는 휘황찬란한 계획'이라고 했지만, 불렛저널 작성은 앞으로 계속 습관화하고 싶다. 꾸준히 나의 하루를,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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