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속혈당측정기

이젠 더 미룰 수 없다...!

by 이작가야

부모님은 주로 '식사' 문제로 다투곤 하셨다. 먹는 것을 즐기는 아빠와 끼니만 해결하면 되는 엄마. 음식에 대한 두 사람의 온도는 너무 달랐다. 아빠는 음식이라면 대부분 좋아하는데, 특히 과일과 밥을 좋아하신다. 그렇다, 아빠는 당뇨다.


아빠가 약을 처방받은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먹는데 크게 흥미가 없는 엄마는 당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과일을 못 끊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다.

출처: 어린이 백과


"밥 먹을 땐 개도 안 때린다잖아요."


어릴 땐 종종 이 속담이 떠올랐다. 우물쭈물하는 아빠한테 소리를 소리를 내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먹는 걸로 이래도 되나' 생각하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뭣도 모르는 생각이었다. 그때 더 타이트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엄마는 말해도 듣지 않는다며 아빠에게 애정 담긴 잔소리(?)를 하기보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다. 그 사이 아빠는 본가와 할머니댁을 오가며 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식이와 생활 습관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그러길 10년, 아빠는 결국 최후통첩을 받았다. 아빠는 당뇨약 복용량을 세 알로 늘렸다. 그리고 눈에 띄게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당 수치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혈당측정기란?


연속혈당측정기는 세포 사이의 포도당 농도를 파악하는 기계이다. 자가혈당측정기와는 달리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혈당의 변화값을 측정할 수 있다.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 혈당을 한 번 측정한다. 그리고 조금 더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식후 1시간, 2시간 혈당도 체크한다. 그러면 하루 적어도 한 번에서 최대 7번까지 채혈을 해야 하는 셈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health8880/222552571842

그런데 스스로 혈당을 측정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빠는 항상 피 뽑는 게 무섭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땐 그냥 스스로 손가락을 찌른다는 게 무섭다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가 두려운 건 결과였다. 매번 결과 값이 안 좋을까 무서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더 이상 미룰 순 없었다. 어느 순간 아빠의 공복 혈당이 200 밑으로도 안 떨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빠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유혹하기로 마음먹었다.



제품 비교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군을 먼저 조사했다. 기기는 한 번 부착하면 대략 2주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각 기기의 특장점을 잘 파악해야 했다. (손가락 한 번 잘못 놀리면 10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니)


[ 프리스타일 리브레 2 ]

출처: 리브레 공식 홈페이지

가장 유명한 제품은 미국 Adela사에서 만든 '프리스타일 리브레'라고 한다. 유명한 제품인 만큼 국내 AS도 잘되는 편이고, 1분마다 업로드되어 연속적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번 부착하면 2주(14일) 동안 사용할 수 있고, 단품 구매 시 104,500원이다. 정기배송을 신청할 경우에는 가격이 9만 원 대로 떨어진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다. 다른 두 제품과는 사용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8시간에 한 번씩 휴대폰을 기기에'태깅'해야 한다는 것...! 태깅을 놓치면 데이터가 날아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된다.


[ 덱스콤 G7 ]

출처: 덱스콤G7 공식홈페이지

사용감만 따지면 이 제품이 단연 제일 편리하다. 리브레와 달리 태깅할 필요가 없고, 케어센스와 달리 보정값을 매일 입력할 필요가 없다. 또 카카오 파스타 어플과 연동도 잘 되어서 식단과 운동을 함께 기록하지 좋다.


다만 10일에 10만 원으로 가격이 사악한 편이다. 공식몰에서는 단품 10만 원이지만, 인터넷 최저가는 84,500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구매 시 확인해 보고 사면 좋을 것 같다.

[케어센스]

케어센스는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기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5분 간격으로 당수치가 업로드가 되었고, 케어센스 전용 어플과 파스타 어플 모두 연동 가능했다. 케어센스는 장점과 단점이 하나로 정리된다. 보정값을 입력해야 한다는 것. 첫 부착 후 안정화가 이뤄지는데, 통상 2시간이 걸린다. 2시간 이후에 자가채혈기로 혈당을 측정해 보정값을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첫날은 12시간마다 한 번씩, 그다음부터는 24시간에 한 번씩 보정을 해줘야 한다.


어찌 됐든 매일 한 번씩 혈당 자가 측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손가락을 찌르는 게 무서운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혈당의 연속적인 추이를 파악하고자 하는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 목적을 고려했을 때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번거로움은 감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용 방법 및 후기

결국 내가 구매한 것은 케어센스! 매력적인 포인트는 역시나 가격이었다. 얼마 전에 한 쇼핑몰에서 케어센스 핫딜이 떴다. '2+1'에 17만 원이었고, 만 원의 결제 할인 혜택도 있었다. 고로 한 개에 53,333원 꼴! 배송도 빨랐고 착용도 매뉴얼을 참고해서 하니 아주 손쉬웠다.


그리고 파스타 어플을 깔아 휴대폰과 기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했다. 그 이후로 가족 단톡방이 뜬금없이 톡이 올라오곤 했다. 평소보다 당 수치가 낮은 날이면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셨다. 아빠가 놀란 것 같은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공복혈당이나 식후 2시간 후 혈당이 끝이 아니다. 식사를 한 뒤 연속혈당측정기 수치에 의하면 아빠는 혈당이 400까 치솟은 적이 있다고 한다. (* 놀라서 자가혈당측정기로 다시 재보면 100 정도 수치 차이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높은 수치였다.) 아침에 한 번 공복혈당을 쟀을 때 결과가 준수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하루는 아빠가 점심이라며 손수 만든 국수 사진을 올리셨다. 아빠에게 국수란 꽤 다이어트 음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배가 금방 꺼지니 건강에 나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먹고 나니 금방 혈당이 올라 한동안 내내 '삐삐' 거리는 알람이 울렸다고 한다. 드디어 탄수화물이 적이라는 걸 몸소 느꼈다고 한다.


둘째, 식사 후 운동은 필수다. 운동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우선 아빠나 나나, 골프는 운동으로 취급 안 하는 사람들이다. 이 말은 즉, 땀은 흠뻑 흘려주고 숨은 좀 헉헉거려 줘야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운동 좀 하려면 웬만큼 마음먹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운동에 우리는 대한 마음의 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아빠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단 이후로 혈당이 높다는 알람이 울리면 즉시 일어나서 산책이라도 한다. 날씨가 좋아 잠깐 슬로 러닝이라도 하면 눈에 띄게 혈당이 낮아진다고 한다.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1형 당뇨를 앓는 경우에는 보험료로 지원도 된다고 하니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지원을 따로 못 받는 사람들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꾸준히 관리해서 건강을 잃지 않는 것이 길게 보았을 때 훨씬 이득이니 말이다.

keyword
이전 09화괄사 마사지, 우리 집이 에스테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