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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29. 2024

운동, 병원과 멀어지는 지름길

특명: 평생 운동을 찾기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발가락이 아니라 운동신경을 닮았다.


처음 시작한 운동은 태권도다. 정확히 몇 살에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의 합기도장, 쿵후장, 태권도장을 돌아다닌 것만 기억난다. 아버지는 내게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고르라고 하셨다. 왜 태권도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의 애정만큼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내게 운동이란 선택이 아닌 필수, 삶에 대한 사랑이 되었다.  




아버지는 만능 스포츠맨이다(콩깍지일 수도). 그의 다양한 취미 중 제일 좋았던 건 마라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잔치국수 맛집은 전국 곳곳의 마라톤 대회다. 그가 출발지로 돌아올 때까지는 족히 서너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나는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쌀쌀한 아침에 먹는 잔치국수가 별미였다. 뜨끈한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먹으면 온몸이 녹았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의 간식 키트를 흘끔 흘끗 쳐다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날이 좋은 계절에는 가끔 자전거를 탔다. 어린 티는 확실히 벗었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완전히 굵진 않았으니 중학생쯤이었던 것 같다. 동네에서 저수지까지 거의 9km에 육박하는 거리를 달렸다. 저수지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심해지는데, 이 때는 외마디 추임새만 내뱉었다. 불타는 허벅지를 느낄 새도 없이 아버지 자전거 꽁무니만 쫓았다.


며칠 전 어머니는 경사로 앞에서 두 손 두 발 들더라는 말씀을 듣고 승부욕이 끓은 것이다. 앞서 가는 아버지불러 세우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따라가다 느려지다를 반복하다 결국 거리가 벌어졌다. 결국 “아빠!!!”라고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말뿐이었다.


“기어를 바꿔. 가볍게, 더 많이 회전시켜서 올라오는 거야. 엉덩이를 들어!”




그의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빠르든, 더 많이 밟든, 뭘 하든. 결국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해내야 했다. 요즘도 가끔 자전거를 탈 때면 그날이 생각난다. 내가 결국 정복했던 오르막, 그리고 내려올 때 꽁으로 얻었던 시원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떠오른다.




운동은 삶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한다. 우선, 운동 경험은 도전 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20대 후반이 된 지금도 뜀틀에 손을 짚지 않고 공중 앞돌기를 한다. 옆돌기는 물론 공중 낙법까지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쉬운 뒷구르기는 못한다. 이유는 하나, 유년기 때 경험을 했는지 못 했는지 그 차이다. 작은 성취가 반복되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다음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이 된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호르몬의 노예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노예라는 어감이 불쾌할 수도 있지만, 인간에게 오히려 다행인 일일지도 모른다. 역으로, 그러니까 긍정적인 호르몬이 분비되게끔 우리가 그 메커니즘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량의 운동은 우울한 감정을 전환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다. 운동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운동은 언제나 시작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배드민턴, 테니스는 상대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지만, 러닝 같은 운동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러닝 역시 상호작용적인 운동이다. 나는 혼자 1km를 뛰면 7분이 걸린다. 그런데 마라톤 대회만 나가면 페이스가 6분 안으로 줄어든다. 같이 뛰는 사람들, 길가에서 꽹과리를 치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 “저 먼저 지나갈게요” 대신 서로 파이팅을 외쳐주는 참가자들. 그들이 내게 페이스 메이커였다. 이런 이유로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가는 것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인생의 과업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주제로 글을 쓸 때는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여러 가지 운동에 대한 잊지 못할 경험과 장단점을 풀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새 학기 준비로 일상이 너무 바쁘다. 글을 쓰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 주는 뛰어넘길 수도 있겠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인생은 마라톤이고, 글도 꾸준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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