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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22. 2024

글쓰기, 나만의 기록 남기기

마음 건강까지 챙기기


건강이라고 하면 신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만큼,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의 건강이다. 이 세상에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마음의 건강을 쉬이 놓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시화되지 않는다끼닭으로 마음 살피는 일을 쉽게 미루곤 한다. 그렇기의식적으로 마음 챙기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내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




이작가야 실록(?)



6살에서 7살 사이에 썼던 일기장이다. 그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꼭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내용을 보면 거의 가족에 대한 고발장이다(ㅋㅋㅋㅋ). 엉망진창인 맞춤법과 삐뚤빼뚤한 글씨로 온갖 걱정거리를 끄적여 놨다. 잘 읽어보면 그때의 나는 일기장 속에 어떤 사람과 대화했는 듯하다.


나는 내 동생에게 잘해주고 좀 봐주고 하는 게 싫습니다. 오늘 음료수 자기는 다 먹고 내 거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역시 누나라고, 착하다고 해주면 뭐해요. 내 동생만 챙기고 그러는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맛도 뺏어 가놓고 "누나 바보" 이런 소리 밖에 못 듣는데. 나는 누나가 싫습니다. 동생으로 태어나보고 싶습니다.
- 3월 8일


나는 오늘 아버지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뚱뚱이라는 말을 참을 수 있지만 바보라는 말은 참을 수 없다. 1번 테이프 그거 깔렸는데 못 본다고 바보라고 합니다. 그게 아빠가 할 말입니까.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난 그런 걸 못 봤어요. 난 바보 소리가 듣기 싫어요.
- 3월 9일


나는 어릴 때부터 어휘력이 좋았다.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상황을, 더 나아가 내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또 다른 조언을 해주셨다. 무슨 일이든 말을 해서 풀어야 한다면, 내 입을 통해 떠난 그 말이 결국 뒤돌아 선 내 등에 비수가 되어 박힐 수도 있다는 것. 든 일을 낱낱이, 수많은 감정을 세세히 표현하는 것이 결국 내게 득이 아닌 실이 될까 걱정하셨던 것 같. 


실제로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지기도 하고, 앞에서는 몰랐으나 뒤돌아서면 보이는 게 있었으며, 나의 말을 내 의도와 완벽하게 일치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달았다. 그래서 말 대신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꾸준한 글쓰기의 효용


Copyright_매일신문(2007.5.1.)


90년대생이라면 묵직한 삶 쓰기 100자 책을 기억할 것이다. 교육 역시 트렌드가 있다지만, 글쓰기의 중요성은 변함없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좋을까? 내가 느낀 글쓰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음이 정리된다. 국어에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네 가지 기능이 있다. 이 감정과 상황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말하기와 쓰기라는 기능은 함께 묶인다. 그러나 을 쓰는 행위와 말을 하는 행위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말하기는 상대가 있어야 하고,  순간 사라진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으며 속도감이 빠르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적절한 단어를 고를 때 한 번, 문장을 이어 쓸 때 한 번, 글을 고칠 때 한 번, 적어도 세 번은 되새김질을 하게 된다. 홀로 앉아 차분히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을 다듬다 보 감정도 가다듬어지는 느낌이다. 어지로운 마음을 차분히 정리할 때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초연해진다. 내게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일기장을 선택하겠. 6살 때부터 매년 한 권씩은 썼으니 이미 모아놓은 일기장이 내게 가장 큰 자산이다. 본가에 가면 꼭 한 번씩은 펼쳐보게 되는 나의 일기장에는, 때때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걱정했던 과정이 담겨 있다. 내가 쓴 게 맞나, 내가 정말 이런 고민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일들이다.


그리고 이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는 데 큰 위안을 얻는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일도, 후에는 웃어넘길 정도의 일 그뿐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생긴달까.



마지막으로, 자신과 가까워진. 글을 쓰다 보면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다. 어릴 때부터 숱한 다이어트를 했는데, 매번 먹는 게 8할이라는 게 힘들었다. 식욕을 조절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고, 그것 하나 못해내는 내가 미련하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6살, 그 어린 나이에도 식단을 계획하고(?) 있었던  돌아보며 지금 이 고단함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되었다. 적어도 '그래. 나는 먹는 걸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지금 노력 중이네. 난 한심하지 않아!'라고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관련 책 첫 장에는 대체로 글쓰기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문자로 받아들인 글쓰기의 효용과 직접 글을 쓰며 느낀 것은 그 무게가 사뭇 달랐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하루를 남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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