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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01. 2024

간헐적 단식, 장수의 비결

밥심으로 산다면서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삽니다.
조금씩 나눠서 자주 드세요.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말이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데, 서구권 운동선수들은 빵이나 면을 먹어도 체격만 좋다. 유독 제때 밥을 먹어야 힘이 나는, 한국인만의 유전자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기억 속 부모님은 사이가 좋은 편이셨다. 아주 가끔 아버지가 불만을 토로하곤 하셨는데, 바로 반찬이 부실할 때였다. 그에게 식사는 사랑의 척도였다. 매일 아침밥을 짓고, 매 끼니에 따뜻한 반찬을 내고, 하다못해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 누구 하나 배곯을 일 없게 하는 것. 그것이 애정의 바로미터였다.


런데 매 끼니를 차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머니가 맞벌이를 시작하신 뒤로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식사 마련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내심 미안해하셨던 어머니. 당신은 알고 계셨을까. 모르는 사이 사랑을 실천하신 것임을.


 최근 들어 단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간식도 아닌 단식이라니. 먹는 낙으로 사는 내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만 같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까. 그럼에도 슬픈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장수의 비법, 간헐적 단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많이 먹어서 죽는다...?

Copyright. SBS 스페셜 <끼니 반란>

 

 나구모 요시노리는 1일 1식의 창시자다. 그는 아침 공복을 유지할 때 밥도, 물도 마시지 않고 껌 하나로 버틴다. 그 대신 하루 한 끼에 정성을 다 한다. 양 대신 질을 고수하는 그는 한 끼의 식사로 식품 영양군을 골고루 섭취한다


Copyright. SBS 스페셜 <끼니 반란>


 그의 식사는 배꼽시계가 울려야 비로소 시작된다. '꼬르륵 소리'는 시르투인이라는 장수 물질이 활성화되는 신호다. 고다 미쓰오는 단식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체질과 에너지 이용법의 변화, 쾌감, 숙변과 환경독소의 배출,  자가분해, 유전자 활성화, 스태미나 강화, 면역령 향상, 활성산소 감소 등. 단식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놀랍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공복 시 대사체계가 바뀐다는 점이다. 포만감을 느낄 때는 포도당을 이용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면, 공복 상황에서는 지방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트레이너들이 체지방 감량을 위해 공복 유산소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단식의 종류(*)


 과학적으로 좋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단식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나 역시 ‘대체 얼마나 굶으라는 거야. 평생 안 먹고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반감 먼저 생겼다. 하지만 핑계는 금물, 단식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 쁘띠 단식: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단식 방법으로, 16:8 간헐적 단식이 보편적이다.

- 1일 1식: 배고픈 느낌이 들 때 식사를 시작한다. 자기 전 2시간 전에는 식사를 끝내는 것이 좋다.

- 3일/7일/20일 단식: 후나세 슌스케는 3일 단식을 권한다. 하지만 장기간 단식은 쉽지 않다. 특히 회복식을 먹을 때 과식하는 경우가 생기고, 신체 균형이 더욱 심하게 무너져 문제가 된다. 장기간 단식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은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물/야채주스 단식: 물 단식은 수분과 염분만 보충하는 것이고, 야채주스 단식은 야채 또는 야채주스만 먹는 단식이다. 개인적으로 씹는 맛을 느끼지 못해 포만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효소 단식: 생체에 필요한 효소만 보충하는 단식 방법이다. 단식을 시작하면 4~5일은 물과 매실 장아찌만 먹는다. 그리고 과일 또는 채소 주스를 마시며 총 21일 정도의 단식 기간을 가진다.


 나는 16:8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급식 시간인 12시부터 8시간 동안 그날의 식사를 끝내는 게 목표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 위주로 구성된 식단으로 영양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양 조절이 필수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식사 전까지는 허기짐을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한다. 단, 아침 공복이 너무 힘들 때는 가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 모두 함께 1일 1식?


탄수화물을 끊었어요.
피부가 너무 좋아졌어요.
그런데 성질머리는…^^


 당신도 위 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몸에 좋다한들, 정신적 고통이 아니란 법은 없지 않은가(^^). 밥심으로 무장된 나는 꼬르륵거리기까지 견디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Copyright. SBS 스페셜 <끼니 반란>


 사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별성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인들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저혈당 환자인 경우, 또는 다른 심한 질병을 앓는 경우는 더욱이 그렇다. 단식이 무조건적인 방법이 아님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반드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스스로 신체를 살피는 등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 디저트 배는 어떡하죠


 디저트 배도 따로 있는 판국에, 먹는 횟수까지 줄이라니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사실 밥을 먹었는데도 디저트 배가 남았다는 것이 모순이다. 이는 식사를 했음에도 소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화력을 높이고 건강하게 포만감을 느끼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음식을 꼭꼭 씹어서 삼켜야 한다. 소화 효소는 입과 소장에서 분비된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충분히 꼭꼭 씹어 위를 잘 통과하도록 도와야 한다.


 다음으로, 체내에 물과 염도를 유지해야 한다. 입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인 아밀레이스가 충분하기 위해서는 침이 충분히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탈수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이 건강해야 한다. 장에 있는 유익균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소장의 피세포가 원활히 작동하고 영양소를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80%의 식사로 의사가 필요 없고,
60%의 식사로 나이를 잊는다.
40% 식사로 신의 경지에 이른다(*).


 후나세 슌스케는 요가의 교훈을 빌려 단식의 효과를 얘기했다. 만 년의 역사를 가진 요가에서 얘기하는 가르침이 현대에 들어서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큰 위험 없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평소 식사량의 40% 까지라고 한다. 그 이상의 절식은 영양 부족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인생은 관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치열하게 죽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지나치게 먹어 병든 인류가 사는 동안은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


* 참고자료

- SBS 스페셜 끼니 반란

- 간헐적 단식으로 내 몸 리셋(후나세 슌스케_2019)

-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후나세 스케_2020)

- 당신이 살찌는 이유(진소희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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