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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Feb 08. 2024

오마비디유씨, 건강해지는 마법의 주문

영양제 고르는 법


나 요즘 엽산 챙겨 먹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수줍게 말을 꺼낸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축하 인사를 건네기 바쁘다. 저조한 출산율이 국가적 문제가 된 오늘날 임신 준비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임신과 엽산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위해 충분한 영양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부분 식품을 통해 충족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것은 부족한 영양소도 있다. 가임기의 여성에게는 임신을 전후로 엽산, 철분, 칼슘 등을 영양제로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그중 엽산은 신경관결손증을 예방한다.


신경관결손증을 앓으면 태아는 무뇌아로 태어나거나, 척추이분증을 앓는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200명 꼴로 발생하는데, 이는 1만 명당 5명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인은 강제로 엽산을 먹고 있다.


Copyright. 뉴시스(23.08.14.)


1998년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엽산 강화에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시판되는 모든 밀가루 음식에 엽산을 강제로 첨가하게 되었다.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호주는 2009년에, 뉴질랜드는 비교적 최근인 2023년부터 엽산 강화를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70여 개 국가가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식품에 특정 영양소를 넣어야 한다는 법안이 다소 과격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경관결손증은 임신 극초기에 결정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한 달 만인데, 이 시기에는 여성이 임신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 식품에 엽산을 넣어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 약물 vs 영양제?


최근에는 하루 몇 알의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을 습관화하려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지만 영양제에 대한 인식이 처음부터 그리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영양제는 유사과학 취급되기도 했다.

Copyright.코메디 닷컴(24.01.27.)


약물과 영양제는 모두 캡슐 또는 알약 형태로 존재한다. 전통적인 의학계는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영양제를 맹신하는 사람에게 우려를 표현다. 특정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영양제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기대토록 하는 것이지, 질병이 생겼을 때 완치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양제는 약이 아닌 식품이다(*).


또, 이미 비만한 사람이 많은데  영양소를 추가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데 의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양소는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식습관과 더불어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영양제 섭취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인스턴트 푸드를 통해 높은 열량의 음식을 먹는 것이지 모든 영양소를 고루 섭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식품 자체의 영양도 다르다. 미국 유기농학자인 오거스투스 더닝 박사는 1950년에 사과 1개의 철분 함량이 4.3~4.4mg이었는데 1998년에는 0.17~0.18mg으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똑같은 식품을 섭취했음에도 영양소의 양과 질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 무엇을 먹어야 할까?


영양제 광고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새해가 밝았다는 증거다. 지독한 알고리즘, 치밀한 마케팅부. 신년에는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를 꿰뚫은 게 분명하다. 20대 후반이 된 나 역시 비장한 마음으로 영양제 쇼핑에 나섰다.


오메가3, 마그네슘, 코텐자임, 루테인, 글루타치온, 콜라겐, 유산균.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게다가 비타민은 얼마나 종류가 많은지. 어려운 용어들은 차치하고,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를 상상한다.

젊음은 기본, 탱탱한 피부와 찰랑거리는 머릿결, 삐그덕거리지 않는 관절에 허리가 꼿꼿한 멋진 장년층.

이런 효과가 있다는 영양제를 담고보니 장바구니에만 수십개가 쌓였다. 빼고 담기를 반복하다, 영양제를 흡수하느라 바쁠 간이 걱정된다. 결국 밀크씨슬을 담고 나서야 지독한 영양제 쇼핑이 끝난다.


규모의 경제가 떠오른다. 많이 살수록 저렴해진다. 내가 먹는 것이고,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6개월 내지 12개월어치 영양제가 담긴 장바구니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고심을 거듭하다, ”치킨 10마리 값인데, 건강을 위해 투자하지 못할쏘냐”를 외치며 결제 버튼을 누른다.


Copyright. Unsplash


그런데 영양제,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일까?


영양제를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평소 즐기는 식단과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비타민 B, 골다공증이 있다면 비타민 D, 임신했을 때는 철분과 칼슘이 더 필요하다. 그중 한국인 대부분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추리자면 6개가 있다. 건강해지는 마법의 주문, 오마비디유씨를 소개한다.




오마비디유씨!


[오메가3]


육식 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 현대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는 바로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지수다. 오메가 3는 혈관 건강 관리에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항염 작용도 우수하다. 염증을 줄이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성인에게 매일 500mg의 오메가 3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매일1.6g을 섭취한다. 하지만 오메가3를 충분히 섭취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중 1.4g은 ALA로,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DHA+EPA’는 0.2g 밖에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50g 이상의 등푸른 생선을 먹는 게 어려운 사람은 영양제로 오메가3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또, 순도가 높을수록 좋다. 적어도 50% 이상인 것을 골라 섭취해야 한다.


[마그네슘]


마그네슘의 별명은 천연 진정데 또는 천연 콜레스트롤 저하제이다. 마그네슘 부족이라고 하면 주로 눈가 떨림만 떠올리지만, 그 외에도 여성의 pms가 심해진다거나 식욕이 감퇴, 손발 저림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난다. 마그네슘은 편두통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마그네슘 섭취 부족 상태이다. 오직 56.8%의 사람들이 마그네슘 일일 섭취량을 준수했다(*). 마그네슘은 엽록소에 있기 때문에 입채소, 콩, 식물, 과일 등에서 섭취할 수 있다. 최근들어 채소와 과일 소비가 줄었고, 가공 식품과 육류의 소비가 들었기 때문에 마그네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타민 B]


비타민 B군은 여러 비타민 B로 구성되어 있는 복합체다. 비타민 B군은 비타민 B1(티아민), 비타민 B2(리보플라빈), 비타민 B3(나이아신), 비타민 B5(판토텐산), 비타민 B7(비오틴), 비타민 B9(엽산), 비타민 B12(코발라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신체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족하면 구내염, 식욕 부진, 근육통, 탈모부터 설사와 악성 빈혈, 만성 피로까지 다양한 결핍증으로 나타난다. 티아민, 리보플라민, 나이아신, 판토텐산, 피리독신, 엽산 등은 인체 대사 활동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양소이다. 그럼에도 체내에서 합성이 되지 않아 외부로부터 섭취를 꼭 해야 하는 것이다. 비타민 B군은 수용성 비타민이라 체내에서 필요한 양만 사용되고 체내 축적없이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을 때 고함량 제품을 장기간 복용했을 구토, 빈혈, 경련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으니 주의해서 섭취해야 할 것 같다.


[비타민 D]


비타민 D의 애칭은 항암 비타민 또는 면역 비타민이다. 비타민 D는 햇빛을 보면 체내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영양제로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충분한 합성’을 위해서는 오전 10시에서 3시 사이에 주 2회 이상(1회 20분 이상)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햇빛을 직접 쐬야 한다(*).  사무실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경우 우유 음용이 어렵고, 동물의 내장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비타민 D 혈중농도는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0ng/ml 미만이라면 병적 상태, 10~20ng/ml 사이면 부족증이다. 그 이상의 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40ng/ml 이상일 때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정도는 농도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혈중농도를 1ng/ml 올리는 데는 100IU의 용량이 필요하다. 자신의 비타민 D 농도가 20ng/ml이라면, 매일 2,000IU를 3~4개월은 먹어줘야 40ng/ml로 올라간다. 만약 10ng/ml일 때 2,000IU를 섭취하면 3~4개월 뒤에 30ng/ml로 올라간다. 보통의 한국인이 20mg/ml를 넘지 않기 때문에 30~40nglml 내외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더욱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을 권한다.


[유산균]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말로 유익균으로, 장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세균이다. 장의 역할은 소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은 면역 기관으로써의 역할도 있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90%나 분비되는 곳이기도 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김치, 된장, 요거트에 많아 비교적 접근이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번 8~10일 정도 숙성된 김치나, 무설탕 저지방 플레인 요거트를 먹는 것은 어렵다. 이 때는 영양제로 섭취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비타민 C]


비타민의 대명사 같은 녀석입니다. 나이 드는 게 무서운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찾는 그런 비타민이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성분 중 하나로, 신체의 세포가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비타민 C는 모든 과일과 채소에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과일의 당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영양제로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비타민 C의 경우 과다복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적다. 비타민 C 역시 수용성으로 체내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2000mg 이상 섭취할 경우 복통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영양제 섭취 시 주의점


더욱 건강하려고 먹는 영양제니만큼, 섭취 시 유의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영양제와 약물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당뇨와 고혈압에 대해서는 유독 약물을 복용하기를 꺼려한다. 발병을 안 그 시점부터 쭉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 또는 영양제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이때 약물과 영양제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영양제를 통해서는 예방과 완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약물처럼 특정 질병의 치료가 주된 목적이 되면 안된다.


둘째, 복용하는 약물과 상호작용을 고려한다.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 또는 섭취하는 영양제와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약을 처방 받을 때 알러지 반응이 있는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셋째, 섭취 권장량을 준수해야 한다. 무엇이든 과도하게 섭취하면 구토와 설사, 복통 등을 느낄 수 있다. 연령대 별로 권장하는 섭취량, 한국인 권장 섭취량 등이 각 포털 사이트에 자세히 올라와 있으니 참고해서 적정량 섭취하도록 할 것을 권장한다.



* 참고자료

- 중앙일보_ 예비맘 말 못 할 고통(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01718?sid=103)

- 뉴시스_뉴질랜드, 출산기형 방지 위해 모든 빵과 밀가루에 엽산 강화(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2029969?sid=104)

-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여에스더, 2016)

- 코메디 닷컴_지긋지긋 관절염 약 대신 영양제 먹어도 될까?(https://n.news.naver.com/article/296/0000073962?sid=103)

- 의학신문_한국인 절반 마그네슘 섭취 부족상태(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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