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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25. 2024

채고밥, 최고의 혈당 사냥꾼

10년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아침마다 뭉툭한 손으로 일회용 침과 검사지를 꺼내드는 손놀림이 자연스럽다. 이내 눈을 질끈 감는다. 손가락 끝을 조심스럽게 찌르면 ‘탕’하는 용수철 소리와 함께 피가 삐죽 나온다. 소량의 피를 검사지에 묻힌 뒤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단 5초. 그의 공복혈당은 150 후반대, 영락없는 당뇨다.


 언젠가부터 우리 집에도 혈당측정기가 생겼다. 기계의 주인은 바로 아버지. 그는 오랜 기간 밤근무를 했고 과일을 사랑한다. 다행히 건강검진을 빼먹지는 않으시지만, 매번 당 수치가 높아 걱정이다.


 혈당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다이어트의 첫걸음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첫 번째 방법, 혈당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 아직 젊은데, 당뇨는 무슨!


 흔히 앓는 질병이기 때문일까. 유독 당뇨병에 대해서는 다양한, 그리고 잘못된 인식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만 걸린다’와 ‘노화해야 걸린다’가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의 성인 6명 중 한 명(16.7%)이 당뇨병을 앓는다. 당뇨병 연령별 분표 그래프도 눈여겨봐야 한다. 50세 이상의 비중이 과반이지만, 그 이하 연령도 당뇨를 앓고 있으며 유병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병원에 방문한 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당사자가 병세를 모르나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당뇨병은 전조 증상이 거의 없다고 본다. 당뇨병의 증상을 본인이 체감한다고 생각할 때는 합병증이 진행 중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혈당검사를 받아 당뇨를 진단하고 관리해야 한다.



# 당뇨병 진단 기준



 이때 진단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공복혈당식후혈당, 그리고 당화혈색소로 확인할 수 있다.


손글씨 끄적끄적


 공복혈당은 8시간 금식 후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100mg/dL 미만은 정상, 126mg/dL 이상을 당뇨병으로 본다. 남자친구가 측정하기에 옆에서 따라 쟀더니 105mg/dL가 나왔다. 그때부터 2주 동안 아래에 소개하는 방법으로 식사를 했다. 다행히 정상범주인 90mg/dL가 나왔다. 이를 통해 꾸준한 식이요법이 필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식후혈당도 진단 기준의 하나다.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뒤 2시간 뒤 혈당의 농도를 측정한다. 이때 140mg/dL미만은 정상, 200mg/dL 이상은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마지막은 당화혈색소이다. 당화혈색소는 헤모글로빈과 포도당이 결합한 것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당화혈색소가 훨씬 더 많이 생긴다. 이는 지난 2~3달 사이 혈당 평균을 알아보는 것이다. 벼락치기가 아니라 꾸준히 당 관리를 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5.7% 미만이면 정상이고,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본다.



 

# 임신도 힘든데 당뇨라니요

 


 임신 중에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는 것을 임신당뇨병(이하 임당)이라고 한다.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 당 수치가 높은 걸 보고 자란 나 역시 임당의 위험이 높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임당은 유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임신 중기 이후 태반에서 여러 호르몬이 나오는데, 인슐린 분비 및 작용이 어려워져 당뇨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또, 태아가 커짐에 따라 산모의 활동량이 줄고 체중이 느는 것도 한몫한다. 임신 전에 부모의 체중이 정상 체중이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 아닐까. 따라서 당뇨 관련 가족력이 있든, 없든 모두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임당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거대아로 태어날 수도 있고, 조산될 위험도 있다. 또 아이는 차후 비만해지거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뿐만 아니라 산모는 출산 이후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와 같이 임신 중 당뇨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에도 만성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당뇨식이 건강의 출발점일 수도



 당뇨는 식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일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었던 내겐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었다. '발병했을 때 부담해야 할 위험이 큰 만큼, 당뇨병 예방을 위해 큰 노력을 필요하구나' 싶어서 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모르고 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러나 20대 후반이 되고, 결혼을 계획하고, 출산이 가까워진다생각이 들자 마냥 피할 일이 아니다 싶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당뇨 예방 관련 식단을 찾았다. 다행히 나의 염려와달리 실천하기 어렵지 않아 보였다. 더 나아가 당뇨식이 곧 건강식이다 생각될 정도로 현대인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아래 규칙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뇨병의 정석>에 나온 식사 규칙 세 가지에, 조사한 자료를 보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둘째, 적정량을 먹어야 한다.
셋째,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먼저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서는 영양소를 따져야 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고려해 식단을 구성하면 좋다. 한국인에게 적절한 영양소 섭취기준은 ‘식품구성 자전거’를 참고하면 된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각 군별로 하나씩 골라 골고루 섭취하면 좋다.


 


  또, 자신의 신체에 필요한 적정량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키에 따라 필요한 열량이 다르기 때문에 아래 수식을 참고하여 계산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장이 160cm고 체중이 50kg 나가는 여성인 경우 표준체중은 53.76kg이다. 이를 넣어 계산했을 때 이 여성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열량은 1612.8kcal다. 떡볶이 한 번 시켜 먹으면 며칠치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꼴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규칙적인 식사는 세 번의 끼니와 두 번의 간식을 뜻한다(*).  물론 간헐적 단식 때문에 하루 두 끼 식사를 하는 경우는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을 건너뛰었다는 이유로 점심을 많이 먹거나, 그 사이에 질이 나쁜 음식을 먹는다. 조금씩 배부르지 않을 만큼 나눠 자주 먹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이렇게 조금씩 나눠 자주 음식을 먹다 보면 인슐린이 끊임없이 나온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우리 몸은 지방을 잘 저장하는 몸으로 바뀐다. 규칙적으로 세끼를 챙겨 먹는 습관은 끼니의 양도 조절하고, 혈당의 변동 폭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좋은 습관이다.



# 혈당 조절의 치트키, 채고밥: 채소+고기+밥

 


 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수록 변화를 꾀하는 것은 어렵다. 내게 있어서는 식사가 그렇다. 만년 다이어터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매일같이 억누르며 살아간다. 먹성이 좋다고 해도, 능이버섯 같은 건강한 음식만 당기면 문제가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내게 ‘맛있는’ 음식이란 몸에는 안 좋고, 입맛만 당기는 음식들이다.



 최근 들어 꼭 지키는 식사 방법이 있다. “채고밥” 식사법이다. 간단하지만 체감하는 효과가 커서 공유해 본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이 달라진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포만감을 느끼고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만감을 크게 느끼게 하는 것은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가 있다. 따라서 단백질류와 채소류를 먼저 섭취한 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곡류를 섭취하면 포만감을 빠르게 높여 식사량을 줄이고, 혈당도 덜 오르게 된다.


채고밥을 위한 노력


 방학이라 활동량이 줄어 매 끼니 섭취하는 열량을 줄였다. 정서적으로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작은 식판도 마련했다. 위 식단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봄동 같이 섬유소가 풍부한 것들을 먼저 먹는다. 그다음 두부유부초밥이나 계란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유제품 또는 탄수화물을 먹는다.


 

 채고밥은 효과가 컸다. 이전까지는 쌀알 한 톨 남겨본 적 없었는데, 채고밥을 실천한 이후 먹는 양이 확연히 줄었다. 그리고 피부가 훨씬 좋아졌다. 의무적으로 채소를 섭취해서 그런지 여드름이 줄고 피부톤이 좋아졌다. 물론 이후에 나오는 여러 가지 관리와 병행되어 시너지를 낸 것일 수도 있지만, 생각 외의 수확이라 기분이 좋았다.



# 핑계는 가라, 마음먹기 나름!



 매번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없어 고민인 사람들도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삶은 브로콜리나 방울토마토를 챙겨 다닌다. 브로콜리나 토마토가 싫은 사람들에게도 방법은 있다. GI 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대체하면 된다.



GI 지수(Gylcemic Index)
: 섭취한 음식이 포도당으로
변화하기까지 시간을 수치화한 것



 GI 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70 이상은 높은 편이고, 55 이하는 낮은 편이니 GI 지수가 55 이하인 음식 중 취향에 맞는 것을 챙겨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Copyright. 경기일보(2019)






 혈당을 관리하는 것은 체중 관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행히도 혈당 관리는 꾸준한 식이요법과 적절한 운동이 병행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지체 없이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식이가 병행되지 않는 약물 복용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적은 나의 나태함이란 것을 잊지 말자.




* 참고자료

- 당뇨병의 정석(대한당뇨병학회, 2023)

- Diabetes Fact Sheet 2022 국문확장(대한당뇨병학회, 2023)

- 식품구성자전거(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16)

- GI지수표(경기일보: GI지수 낮은 음식 알고 먹자…"채소·과일도 골라 먹어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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