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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11. 2024

내가 왜 피쳐야!

나만 기억하는 이야기

 

옅어지지 않는 기억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학창 시절 일화가 있다. 나는 옷걸이로 동아줄을 만든 뒤 새벽에 몰래 치킨 먹은 일, 유니폼을 맞춰 입고 반별 대항 공연을 준비하던 일이 떠오른다. 흘러버린 세월이 야속해지는 추억 뒤 속상한 기억이 뒤따른다. 행복함보다는 속상함이 더 짙은 자국을 남기나 보다. 잉크 자국 같은 기억들은 옅어질 듯하다가도 무시로 떠오른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나는 기숙형 고등학교에 다녔다. 전교생의 반은 학교 근처에서, 나머지 반은 지역 전역에서 뽑는 곳이었다. 자원하는 학생들 중 성적순으로 뽑았고 이들은 모두 기숙사에 살아야 했다. 나는 그곳에서 1학년 1학기에 치른 첫 번째 시험 이후 줄곧 전교 일등 성적표를 받았다. 


 ALT는 'Actucal Learning Time'의 약자이다. 순수하게 공부에 몰두한 시간만 측정한다는 뜻이다. 그때는 하루 12~13시간의 ALT가 나왔다. 운동도 하지 않고 하루의 반을 공부만 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 앉는 순간 졸음이 쏟아졌기 때문에 온종일 서서 공부했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공부시간에는 교실 뒤에서, 쉬는 시간에는 복도로 옮겨서 공부만 했다. 3년 내내 틴트 한 번 발라본 적도 없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퉁퉁해졌지만 나는 이러나저러나 공부만 했다.



야, 피쳐. 네 별명은 피쳐야.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니 시험기간이었으리라. 시험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우르르 복도를 지나던 일진 무리 중 한 명이 내게 ‘피쳐’라고 외쳤다. 바빠 죽겠는데 누군가 싶어 슬쩍 봤더니 평소에도 시답잖은 말을 잘하는 녀석이었다. 내게 동네 분식집 아주머니랑 닮았다는 둥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아이였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던 내게 그 아이는 설명을 덧붙였다. 피쳐는 맥주병인데, 그중에서도 더 뚱뚱한 병이라는 친절한 설명.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나는 네 머리에 든 게 있는지 없는지 성적을 들먹이며 놀리지 않았는데, 너는 왜 내 생김새에 대해 함부로 말하냐고. 흔한 코미디 드라마의 상상 씬이라면 좋았겠지만, 놀랍게도 아니다. 그대로 소리 내어 뱉었다.


 친구들 앞에서 날카로운 말을 들어 자존심이 상했는지, 순식간에 때리려는 자와 말리려는 자가 생겨났다. 사실 진짜 때릴 의도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만, 그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친구들은 더욱 실감 나게 말렸다. 시험 기간 답지 않게 큰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미 폭발한 나는 쉽사리 기가 죽지 않았다. ‘네가 먼저 시작했는데 때리기까지 하면 교무실 가서 멀쩡하겠냐’ 호통치자 그는 친구의 손길에 기대 어쩔 수 없다는 듯 분을 삭였다.




 가시는 안으로 자란다


 '뾰족한 말을 내뱉어야만 이기는 건 아닌데. 아니야,  더 강하게 얘기할걸. 이 괘씸한 녀석들.'


 반성과 아쉬움의 무한 반복이다.  나는 가감 없이 내질렀다. 그러면 앓는 구석이 없어야 하는데 여전히 문득문득 그날이 생각난다. 무수히 다이어트를 한 덕분에 10kg가 빠졌고, 이미 10년도 지난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날이 생각나는 걸 보면 그때 뱉은 뾰족한 말이 가시가 되었나 보다. 가시는 결국 안으로 자란다.


Copyright. Unsplash

 운동이나 미용에 관해 특별한 전문 지식이 있어 브런치 북을 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외적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꽤 오랫동안 힘들어했던 사람이다.


 <럽 마이 바디, 럽 마이 셀프>는 그저 내 안에 박혀있던 가시를 빼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이고, 조금 더 건강한 방법으로 나를 아끼고 사랑해 보려는 노력이다. 운동도 글쓰기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실행을 미루고만 있었다. 이번에는 '연재'라는 마법에 기대어 꼭 실천해보려 한다.




앞으로 쓰게 될 글


0. 프롤로그_내가 왜 '피쳐'야!

1. 이너뷰티와 피지컬뷰티

 1) 이너뷰티

  - 채고밥, 이 시대 최고의 혈당 사냥꾼

  - 간헐적 단식, 장수의 비결은?

  - 오마비디유씨, 건강해지는 마법의 주문

  - 글쓰기, 나만의 기록 남기기

  2) 피지컬뷰티

  - 운동, 병원과 멀어지는 지름길

  - 머릿결, 집에서 관리하는 방법

  - 괄사마사지, 우리 집이 바로 에스테틱

  - 피부, 바르고 먹고 쓰고 먹는 모든 것들에 대해


2. 말보다는 행동: 1~4주 차 운동, 식단, 인바디 결과

3. 현실적인 일주일 식단(부록 1)

4. 현실적인 일주일 운동루틴(부록 2)

5. 에필로그_일단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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