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빈집 빈 건물이 수두룩한 곳,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켰던 건물과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스러진다. 동네 주변엔 쓰레기와 버려진 가구가 즐비하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나 혼자 있다 생각하니 마치 디스토피아 지구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 동네는 당연히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골목 모퉁이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던 할머니를 비롯하여, 장을 보고 시장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집으로 향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없는 곳에 무질서와 혼란이란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작게나마 무법지대가 생각날 만큼 기묘한 현장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거리와 사람이 없는 빈집, 폐가를 보면서 우리들의 현 마음 상태도 이와 비슷하다 생각했다. 우리의 몸은 정상적이고 번지르르하게 보이지만 마음과 영혼은 상처받고 파괴된 모습으로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생기 없는 철거 직전의 무질서한 건물의 형태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마음처럼보였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튼튼한 골조와 정교한 마감으로 집이 만들어졌듯이 우리의 마음도 굳건하고 단단한, 그 안에 분명하고도 매력적인 사랑이 깃들여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물질로 모든 자아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시대 앞에서 흩트러지고 무질서한 우리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시대적 시류에 맞설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 과거엔 용기 있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용기 있는 자의 결과는 항상 자기희생이 뒤따랐다. 희생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마저 사라진, 오히려 자기희생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인류를 붙들고 있는 희망의 지지선이 붕괴되어 절망 영역 안으로 들어온 우리들이 삶이 충분히 비관적이다. 과연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무너질 듯한 형태의 집과 쓰레기가 난무하는 동네와 같은 우리의 마음은 계속 이대로 방치되어야 하는가.
고결한 '자기희생'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나를 위한, 우리들을 위한이 아닌,
당신을 위한, 너를 위한 '희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