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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이부시게 Sep 05. 2024

야(夜)한 숲

호수에 빠진 별과 풀 벌레 소리

호수에 빠진 별


저녁인 듯 새벽인 듯 어스름한 산속

나무숲 사이로 빼꼼히 고개 내민 노을을 어느새 어둠이 삼켜버렸다.

여름의 끝자락에 여전히 찌는듯한 날씨지만 산을 오르니 바람과 함께 밤이 오고 있다.

나도 가고 있다.

밤이 오는 숲을, 바람이 오는 숲을.

숲 속에서 나를 만나니 나의 오감이 꿈틀거린다.

바람의 언덕이다. 걸음을 멈춘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바람을 맞이한다.

바람이 얼굴에 나부끼며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

바람이 내 품에 안긴다.

음~~ 후~~~ 음~~ 후~~~

들이쉬고 내쉬고 , 들이쉬고 내쉬고...

날숨엔 내게 있는 나쁜 모든 찌꺼기들을 날려 보내고, 들숨에 신선한 공기를 폐 깊숙이 꾹꾹 눌러 담는다.




다시 걷는다.

어둠이 내려앉은 등산로는 고요와 정적으로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오직 우리 일행(8명)의 발자국 소리 슥슥, 저벅저벅, 그리고 풀벌레 소리뿐.

저 녀석들은 지금 무슨 소리를 내는 걸까? 합창연습이라도 하는 걸까?

슬퍼서 우는 걸까?

아님, 우리처럼 저녁 먹고 재잘거리며 이야기 나누는 걸까? 상상을 해본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활엽수 잎들은 바람의 가지럼에 어쩔 줄 모르고 키득거리며 움직이기 바쁘다.

 침엽수인 소나무는 몸통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몸통 전체가 흔들리는 기이한 광경이다.

마치 내가 제자리에 서서 두 팔을 하늘 향해 뻗고 상체만 부드럽게 움직이는듯한.

아, 소나무의 바람맞이는 저런 모습이구나!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1시간가량 산행을 하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밤이 너무 깊으면 안 되니까...

이것이 끝인 줄 알았다.


산 아래쪽에는 해먹이 준비되어 있었다. 해먹에 누워서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해먹이 무서운 난  데크의 돗자리에 누웠다.


내가 누워있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하늘인가?

호수인가?

숲으로 둘러 쌓인 호수.

그리고 호수에 빠진 별.

아, 얼마 만에 보는 별인가?




기억의 시계는 삽시간에 50년 뒤로 돌아가 있다.

꼬꼬마 때 어느 여름날의 외갓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막 쪄낸 옥수수를 호호 불며 먹는다. 뜨거워 제대로 먹지 못하니 외할머니는 손으로 옥수수 알을 대여섯 알씩 한 줄로 똑똑 따서 손에 쥐어 주신다. 그럼 난 손아귀에 움켜쥔 옥수수를 입안 가득 넣고 오독오독 씹어 먹는다.

배도 부르고 어둠이 내린 깊은 여름밤

멍석 위에 벌렁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던 날들, 풀벌레 소리만이 정적을 깨던 그 여름날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 품에 안길 것만 같던 별들. 추억 상자 깊숙이 너무 깊숙이 있어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이곳에서 꺼낸다.


눈을 감고 최면을 건다.

나는 지금 외갓집 마당 멍석에 누워 있다.

고요함 속에 청아한 풀벌레 소리는 가슴이 시리다.


나의 오감과 추억을 깨워 일으킨

오늘 '힐링에세이숲' 특별 이벤트는 한 페이지의 잊지 못할 예쁜 추억으로 추억상자 맨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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