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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독 8일 차] '로고테라피', 초록빛 욕망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은유 <해방의 밤>

by 윤서린

이상하다. 새벽시간은 누가 몰래 내 주머니에서 꺼내가는 것도 아닌데 순식간이다.

"있었는데 없다?" 3시간 30분이 훌쩍 사라졌다.


어제의 선언처럼 오늘 새벽 5시부터 독서를 하기 위해 4:45분에 기상했다.

오후 근무가 없는 날이라 평소보다 두 시간 이른 11시쯤 잠들었다.

그런데 1시 15분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알림이 울릴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면서 3시 반에 또 깼다.


나 스스로 엄청 긴장해서 잠을 설쳤다.

오늘부터 새벽 5시에 독서하고 글 발행 여유롭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선언해 놓고 좀 마음 졸였나 보다.

못 일어날까 봐.


일어나서 책도 읽었는데 이미 글의 90%가 완성되어야 할 시점에 첫 줄을 쓰고 있는 나.

분명 여유롭게 글 쓰고 싶어서 기상 시간을 당겼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어제 연예기사면 뉴스에 오른 소식 때문이다.

베르테르 효과. (주 1)

겁이 났다.

그래서 내가 알고 지내는 한 젊은 배우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면서 이 책을 꼭 선물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급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일깨워준 문장,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 고난 속에서도 어떤 태도로 그 시련을 받아들이고 이겨낼지에 대한 자기 스스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요약해서 보냈다.


이럴 필요까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누군가에게 지금 이 순간, 이 말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나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뒤늦은 독서기록을 해본다.

오늘 새벽에 읽은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로고테라피의 기본개념>

'로고테러피(Logotherpy)'는 로고스(Logos)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빈 제3정신 의학파'로 부르는 이 이론은 인간의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인간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로고테러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본다. (151면)


이번 장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제2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책의 핵심 내용이 나오는 부분이다.

작가가 나치 수용소에서 보내며 겪은 여러 사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간이 극한 고통과 시련에 빠졌을 때 우리 안에 가지고 있어야 할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니체의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는 말을 인용하며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말한다. (157면)


내 삶은 그동안은 그저 하루가 시작됐으니 하루를 살아낸다는 마음과 하루를 버텼다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무척 고단하고 힘들었으며 내 삶이 하찮고 불쌍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동안 나를 고통과 시련이라는 우물 속에 스스로 가두고 살아왔는지, 왜 이런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삶을 버거워했는지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아픈 와중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이 책이 지금 내게 온 것은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


나는 내 인생의 변곡점에 이른 것이다.

변해야만 하는! 변할 수밖에 없는! 변할 수 있는!


나 또한 내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목표와 목적을 갖고 있는 삶이야말로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내면의 긴장'상태에 있다고 한다. 현재의 나와 미래, 즉 앞으로 돼야 할 나 사이의 간극 사이의 긴장. 그 긴장 상태는 인간에게는 본래부터 있는 것이니 그것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158면)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 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158면)


이런 내면의 긴장이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나와, 되고 싶은 미래의 나의 간극이 너무 커서 문득문득 좌절감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이럴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간극을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포기하고 주저앉기 (노력, 고민, 성장 없이 편하게 살기)

간극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기. (새벽독서, 사유, 매일 글쓰기, 배운 대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삶)


잠을 줄여서 피곤하고, 입술이 다 부르터서 힘들지만 이 두 가지 선택지에서 나는 후자를 택한다.

그 선택에 후회라는 단어는 던져버린다.

그저 하루하루 짧은 목표를 설정(새벽독서)하고 실천하고 매일 성공 (글 연재)한다.

그게 나의 최선의 선택이다.


이루고자 하는 의미, 뚜렷한 목표, 그게 없다면 내 삶은 얼마나 비루하고 나태하고 불쌍한가.


내 삶에 가장 관심 있는 사람도 나.

내 삶을 가장 잘 일으켜 세우고 싶은 사람도 나.

내 삶을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나.

내 삶의 목표를 이루고 행복해할 사람도 나.

이 모든 것을 '선택'하고 누리는 것은 나 자신이다.


매일의 하루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이제 은유 작가의 <해방의 밤-초록빛 욕망>을 이야기해 보자.


"초록빛 욕망'은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을 읽고 영국으로 떠난 은유 작가의 이야기다.

나도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미안.. 아직 '자기만의 방'만 읽고 그녀의 소설은 못 읽었음)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그녀가 살았던 '몽크스하우스'로 여정을 떠나는것 아직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글을 읽으며 그곳이 어떤 곳일지 상상했고 가보고 싶어졌다.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정신병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불행한 여성 작가"라는 키워드에 갇힌 그녀를 해방시켜주고 싶어 한다. 그녀는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한 사람이었으며 글을 써서 얻는 경제적 자립의 경험을 그 누구보다 즐겼으며 기쁨, 유머, 열정, 욕망을 가진 여성이었다고.(61면)


울프 자신이 쓴 글의 수입으로 화장실 수리를 하고 자기만의 방을 증축하며 생활력 넘치는 삶으로 방대한 양의 글을 써 내려갔다는 그녀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글 안에 가득하다.


나는 그녀가 말한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단순 노동이 아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글을 쓰며 자립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난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2025년에 들어서면서 5월 말 창작동화 투고가 목표였는데 플롯만 잡아두고 한 문장도 못쓰고 있다. 갑자기 운명처럼 나타난 <엄마의 유산 2> 출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는 요즘 온정신을 그곳에 빼앗겼다. 이 둘 다를 이루기엔 난 너무 작은 그릇인데... 어떻게 그릇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그 고민의 결과 새벽기상과 새벽독서, 새벽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이기에)


깊어가는 고민 속에 오늘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시작한 새벽독서를 나 스스로 칭찬하며 다독인다.


오늘 하루 성공했으니 시작이 아주 좋아.

내일도 그렇게 해보자.

그렇게 매일 해보자.



참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2024

참고> 은유 <해방의 밤> 창비 2024

주 1>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른다. 모방 자살 효과(Copycat suicide effect)라고도 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독일에 출판된 후 이 책을 읽은 다수의 청년 독자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출처 : 네이버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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