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독 79일차] 부모는 환경 그 자체, 더 가벼워진다

김주환 <내면소통>, 한강 산문집 <빛과 실>

by 윤서린

김주환 <내면소통> 제3장 [마음근력 훈련을 한다는 것] 부분을 읽는다.

그 첫 번째, [유전자 결정론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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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교수는 지난 10년간 학생, 운동선수, 직장인, 리더, 전문가 등 여러 대상으로 마음근력 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똑같이 마음근력 훈련을 하더라도 그 효과는 사람마다 큰 편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김주환 교수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한계가 있다고 여기며, '나 자신은 변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마음근력 훈련을 함에 있어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다.


김주환 교수는 지능지수(IQ) 테스트'를 개발한 심리학자 터먼의 실험 결과를 예로 들어 지능이 성취역량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터먼은 IQ가 140 이상인 아이들 1470여 명을 추려내 수십 년을 관찰한 결과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 몇몇 있었으나 그 비율은 평범한 아이들 1400여 명 가운데 성공한 사람이 나오는 비율과 비슷했다고 한다.

오히려 IQ가 140 이하여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아이들 그룹에서는 오히려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결과도 있었다. (116면)


터번은 수십 년의 연구 끝에 "IQ와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DNA는 설계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어떤 집이 지어질지는 DNA 이외에도 많은 다른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116면)


"자녀가 부모와 비슷한 유전형질의 발현을 보이면 우리는 이를 유전적 영향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쉬우나 사실은 부모라는 '환경'에 의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모는 자녀의 몸과 마음과 삶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환경 그 자체다" (117면)


김주환 교수는 이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환경"이라고 말하며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떠한 환경인가?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떠한 환경인가?


한강 작가의 산문집 <빛과 실>을 읽는다.

왜 아침에 이 책을 펼쳤을까....

조금은 후회되는 이유....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며 수상문을 그녀의 목소리에 덧입혀 글자로 천천히 마음에 담는다.


여기까지는 여러 번 수상 소감을 들어본 덕인지 면역력이 생긴 듯 천천히 잘 읽혔다.


문제는 진짜 그녀의 일상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사는 그녀의 처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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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를 피해 처마 밑에 서있다 맞은편 사람들을 보며 갑자기 "저 모든 사람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 그 순간에 그녀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34면)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그녀의 감수성과 사유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을까?


그녀가 왜 이런 소설을 써야 했으며 어떤 고통 속에서 글을 썼는지, 단지 검은 글자로 쓰인 단어들인데도 나는 찔리고 아프다.


마음 여린 분들은 아래의 글을 읽지 않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녀의 산문을 읽으니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썼는지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러니 어찌 소설을 다시 펼칠 수 있을까?

한 문장, 한 단어에 이렇게 절뚝이는 나인데....



<출간 후에>를 읽으며 그녀의 몇 문장을 드문드문 삽질하듯 떠와 옮긴다. (39면~54면)



소설이 출간되었다.

더 이상 새벽에 일어나 초를 켜지 않아도 된다.


살갗에서 눈이 녹는 감각을 기억하려고 손이 빳빳해질 때까지 눈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모로 누워 있지 않아도 된다.

녹음아래 그늘이 유난히 캄캄할 때, 거기 시체들이 썩어가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가벼워진다.

더 가벼워진다.

뼈와 가죽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무엇과 연결되는 걸까 나는, 쓰기를 통해?

오직 쓰기만이 연결해 주는 그걸 위해 나는 이렇게 헐벗은 채 준비되어 있는 걸까?

울퉁불퉁한 자아에 걸려 전류가 멈추지 않도록?


나는 더 이상 얼고 싶지 않다


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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