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에게 이유 없이 꽃을 선물해 주는 이가 있다. 모처럼 만난 오늘도 그녀는 화사한 꽃다발을 나에게 한아름 안겨줬다.
‘고마워요~ 행복해요~ 정말 예뻐요. ’ 마음속에 맴맴거리는 말들이 입 밖으로 다 나오지는 못했다. 나는 내 마음속의 볼륨보다 훨씬 낮은 볼륨으로 조심스레 고맙다는 말과 예쁘다는 말만 겨우 꺼내었다.
나를 떠올리며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고른 마음, 어울리는 리본색과 포장지를 골라 감싸 쥐는 손길, 흔들리는 차로 먼 길까지 가져온 정성스러운 마음,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알려주는 눈빛과 미소에서 나는 보았다. 나를 생각해 주는 다정한 마음이 흘러넘치고 있다고.
나는 행복해서 마음속으로 꽃다발을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향기를 가진 꽃과 나뭇가지 이름을 들었는데 내겐 너무 어려워서 잊어버렸다. 하지만 언젠가 그 이름을 외우고 싶어졌다.
그녀가 나를 조건 없이 좋아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살짝 겁이 난다.
나를 왜 좋아할까… 나 같이 우울하고 별볼 일 없는 사람을… 내가 그녀의 기대에 못 미쳐 금방 실망하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처음에 나를 힘겹게 했지만 그 질문은 곧 ‘그녀는 왜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걸까?’로 바뀌었다.
그녀가 실망하지 않게 오늘도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