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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후지이 이츠키, 그곳에서 잘 지내시나요? “

내 인생 영화 [러브레터] 여주인공이 떠난 날

by 윤서린

1995년 처음 [러브레터]를 극장에서 본 후 나는 연달아 몇 명의 지인의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하지만 나만큼 이 영화를 사랑할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나는 남자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였다가 동명이인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의 시선과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를 봤다. 몇 차례 영화관에서 재관람을 할 때는 어느 날은 죽은 남주인공의 약혼녀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어느 날은 그녀를 먼저 짝사랑한 선배가 되어 이 영화를 마음 아프게 봤다.

다 각자의 입장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의 서사는 더 깊어지고 더 아름답고 슬펐다.


특히 약혼녀가 남주인공이 조난되어 죽음을 맞이한 설산에서 목놓아 외치는 “오겡끼데스카” 와 수년이 지난 뒤 자신의 동명이인 남자주인공의 죽음을 알고 잊고있던 어린 시절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병원 침대에 누워 힘없이 읊조리는 “후지이 이츠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의 교차편집은정말 압권이었다. 그를 이제 마음 속에서 놓아주려는 약혼녀와 그를 추억 속에서 되살려 되는 여주인공의 대비가 마음시리게 아름다웠다.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러브레터 OST의 피아노 선율이 나와 함께 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며그때의 추억을 담아내는 장면, 눈 덮인 설산의 여주인공 아빠의 장례식 모습, 얼어붙은 잠자리,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에 자전거 탄 후지이 이츠키가 뒤돌아보던 장면, 학창 시절 남자주인공의 도서관 커튼 씬, (이 장면은 남주인공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 같아서 아름답지만 슬픈 장면) 자전거 불빛에 바뀐 시험지를 살펴보던 두 주인공, 하굣길 자전거 탄 주인공에게 종이봉투를 뒤집어 씌우는 장면, 마지막 도서기록카드에 남주인공이 그려 놓은 여주인공의 모습 등…. 아직까지 즉석 사진처럼 영화의 몇몇 장편이 내 머릿속에 찍혀있다.


오늘 나의 인생 영화인 [러브레터]의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이자 나의 “후지이 이츠키"인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이제 이 영화에서 "후지이 이츠키"와 더불어 "나카야마미호" 그녀를 생각하며 이 영화를 평생 아껴 꺼내 보게 될 것같다.


특히 영화의 명장면에서 나는 그녀의 안부를 묻게 되겠지...."그곳에서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부디... 우리 잘 지냅시다...".

2024년 12월 6일 그녀 나이 향년 54세.

29년 만에 영화의 엔딩이 달리 쓰였다.

너무 슬픈... 마치 영화 속 엔딩의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죽어버린 것 같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 "후지이 이츠키" 그녀를 사랑하는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있었다면 나는 그를 찾아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며칠 몸이 좋지 않아 아픈데 이 소식으로 마음도 아프다.

[러브레터] 3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하는 2025년 1월, 나는그녀를 만나러 극장에 가야겠다.


이번 겨울이 더 길고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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