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엄연한 글쓰기"

[읽고 쓰기 161일 차] 최재천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다]

by 윤서린

새벽독서글을 쓰다가 꼭 엉뚱한 골목길로 들어가는 날이 있다.

오늘도 역시 30분은 헤매다 겨우 정신 차리고 돌아왔다.


새벽에 읽은 <최재천의 희망수업> 중에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다]의 독서노트, 지금 이 글을 쓰려다가 그랬다.


갑자기 "여러분~ 우리 모두 글을 쓰는 작가가 됩시다"라는 글쓰기 찬양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아르바이트 출근 전에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작가서랍에 못다 쓴 글을 저장하고 급하게 새벽독서글로 돌아왔다.



최채천 교수님은 과학자라서 논문 쓸 일이 많다.

나름 과학자 중에 글을 잘 쓴다 자부하던 교수님이 외국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좋은 연구를 하고도 <네이처>, <사이언스>에 논문을 못 실은 놈"이라는 놀림을 받은 것.

외국 동료들이 말하는 그 이유인즉, 제목을 너무 재미없게 써서.


제목을 잘 지어야 합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합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MIT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에서는 졸업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글쓰기 책이 있다고 한다.

공대생에게 왜 글쓰기를 가르치냐고 묻는 다면 그 답은 간단하다.

어려운 과학적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당연히 글쓰기를 잘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습니다.


연구자가 아니어도 이력서,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평가서를 써야 하고 심지어 창업하면 전단지 문구 하나, 상호 이름도 지어야 하고 자기 서사와 철학이 담긴 자기 브랜딩도 글로 표현해야 한다.


내 생각에 주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이 어린이집 알림장 답장 쓰기, 친구들과의 카톡 대화, 일기, 인스타그램, 상품후기, 댓글, 심지어 중고거래 판매글을 쓸 때는 어떻게 하면 잘 팔릴지 세상 진지하게 고민하며 글을 쓴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도 수많은 다양한 글쓰기가 존재한다.

최재천 교수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엄연한 글쓰기"(142면)라고 말한다.


심지어 연애편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잘 썼느냐에 따라 지금 누구랑 살고 있느냐가 결정된다는 우스개 같은 농담도 한다.

그만큼 세상에 글쓰기처럼 중요한 것 없다며.


우리나라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글쓰기 수업 시간이 없다는 게 어리석고도 안타깝다는 교수님의 말이 이해된다.


요즘은 굳이 글을 노력해서 잘 쓰려는 사람이 많이 없다.

어떤 주제와 상황만 넣어주면 쳇지피티가 연령별, 상호관계까지 따져가며 그럴듯한 문장을 뚝딱 만들어준다.

심지어 어린이집 알림장도 이렇게 쓰는 젊은 선생님들이 있고, 그걸 너무 잘 이용하는 학부모도 똑같이 쳇지피티를 이용해 답장을 써서 보낸다고 하니 요즘 세상의 흐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는 브런치스토리에 답글을 그런 식으로 쳇지피티를 이용해 다는 분을 봤다.

아마 글도 그렇게 써서 쉽게 발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쳇지피티가 써주는 글에는 "나"가 담기지 않는다.

나만의 고유한 관점, 시선, 감성...

물론 그걸 제법 그럴듯하게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가짜라는 건 읽는 사람 이전에 쓴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양심을 떠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하는 일이 아닐까.


쳇지피티가 동화도 소설도 써주는 시대.

하지만 조금 어설퍼도 매일 이렇게 읽고 쓰면서 나를 키우는 재미에 그 편리를 비할 건 아닌 것 같다.


오늘 뭐라도 한 줄 읽고 쓰고 있는 당신과 나, 참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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