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운명이 되는 순간 <엄마의 유산>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 상황이 벌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쓰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한 것이다.
"<엄마의 유산> 작가와의 만남 1/18일 브런치 작가, 독자를 초대합니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내 글만 연재하기 급급하니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잘 몰랐다.
이 초대장을 쓰신 김주원(지담) 작가님이 매일 새벽 다섯 시에 글을 발행하 신다 걸 알고 감탄했다.
이 분은 어떤 분일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나의 손이 어느새 작가님이 쓰신 다른 글을 클릭하고 있었다.
6년간 새벽독서와 글을 쓰시는 작가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생각하고 차근히 초대글을 다시 읽어보니 바로 우리 집 근처에서 행사가 열린다.
대부분 이런 행사는 서울 중심가에서 열리는데 바로 우리 동네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고? 믿기 어려웠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홀린 듯 참여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고 작가님의 책을 구입했다.
행사 당일날 아침 4시간의 강연을 대비해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본죽에 가서 얼큰한 낙지김치죽을 시켰다.
한쪽에 책을 펼쳐 놓고 밑줄 한 번 긋고 낙지죽 한 수저 떠먹으며 설레는 시간을 기다렸다.
설렘과 낯섦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줌으로 먼저 이야기를 나눈 덕분인지 지담작가님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셔서인지 내향적인 나도 미소로 다른 작가님들과 인사할 수 있었다.
(요즘 내가 무슨 용기가 나는지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예전처럼 어렵지 않았다. 이것도 글쓰기 하면서 변화된 내 모습이겠지...)
지담 작가님의 경험과 열정에서 나오는 글쓰기 강연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았다.
그저 글을 쓸 자질과 재능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그냥 해" "그냥 써" "정해진 시간에 매일 꾸준히 쓰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씀은 그간 나의 고민이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려줬다.
그만큼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글이 나아지길 바란다거나,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글 쓸 소재가 없다고 의기소침 지는 것, 바쁘고 피곤하니까 책상 앞에 앉기 힘들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글을 쓰지 않을 핑곗거리 찾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슨 용기로 겁도 없이 <엄마의 유산 2>에 참가하고 싶다고 신청했는지 그때의 내가 잘 이해되진 않지만 엄마의 유산 2가 아니라 엄마의 유산 10에 내 글을 올라가더라도 나는 끝까지 도전하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막연하게 엄마로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좀 더 세밀하게 좀 더 깊이 있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 같다.
내 작은 사유와 이야기가 우리 아이를 넘어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계승된다면 이 보다 더 뜻깊은 일이 있을까...
이 대단한 여정의 배에 나는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올라탔다.
목표로 향해가는 길에 순풍만 불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생각보다 힘겹고 긴 여정이 될 거라는 것도 안다.
주변 작가님들에 비해 내가 갖고 있는 소양이 부족하고 너무 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움츠려들지 않고 어깨를 펴고 배의 후미에서라도 꾸준히 노를 저을 것이다.
허드레꾼으로 단련한 성실함과 몸의 근육이 글쓰기를 위한 정신적 근육으로 자리 잡도록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써보려 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으로 40년 넘게 살았다.
2024년에 시작된 책방 글쓰기 모임을 시작으로 김미옥 작가님, 황보람 작가님, 지담 작가님을 운명처럼 알게 되었다.
뭔가 우주의 기운이 "이제 때가 되었으니 너는 쓰기만 해라. 나머지는 내가 다 너에게 닿게 하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된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열 사람이 나의 미래다"라는 말씀처럼 다른 작가분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길 소망한다.
우리들의 힘으로 도착할 그곳이 아름다운 섬일지 새로운 대륙일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