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위를 떠다니는 구름이 한가롭다. 용을 닮은 구름 하나 흘러간다. 구름은 수시로 강아지도 만들고, 소와 말과 양을 만들기도 한다. 자기들을 닮은 구름이 머리 위로 흘러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가축들은무심한 듯 풀을 뜯고 있다. 초원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도 바쁠 것 없이 한가롭다. 오로지 초원을 달리는 두 바퀴 만이 바쁘게 돌아갈 뿐이다.
초원 위에서 노니는 양 떼와 소떼, 말 떼들 옆에는 오랜 세월 유목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게르가 있다. 몽골인은 오래전부터 넓은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해왔다. 유목민들은 대개 계절의 변화에 따라 4번 이동한다고한다. 대지가 풀로 덮이는 계절에는 초원에서 풀을 뜯게 하고, 겨울에는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산이나 구릉 밑에 게르를 짓고, 여름에 비축해 둔 풀을 먹인다.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몽골에서는 풀이 많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가축이 뜯을 풀이 이듬해에 다시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도 다른 초지로의 이동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축들이 풀뿌리까지 먹어 치워 목초지는 곧 사막으로 변하기 때문이란다.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일 것이다.
수백, 수천은 됨직한 양 떼와 소떼 말 떼가 자연스레 뒤엉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그 옆에는 하얀색 둥근 지붕을 한 게르가 두어 채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초원을 달리면서 많이 본 광경이지만,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가축들은 이곳이 태고 적부터 자신들의 땅인 양 아무런 간섭 없이 한가롭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니 갑작스러운 침략자에 놀란듯 우르르 도망친다. 저으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급히 돌아 나오며 한마디 던졌다.
"그래, 이곳은 본래 너희들 땅이었지. 미안하다, 얘들아!"
사람보다 20배 많은 소떼, 말떼, 양 떼
몽골(Mongolia)은 국토 면적이 156만 여㎢로, 대한민국의 15배이나, 인구는 330만여 명에 불과하여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국가이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으로 국토 평균 고도는 1580m이다. 연간 강수량은 350mm로 농업은 불가능해서 결국, 넓은 초원에 가축을 방목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몽골에서 사육하는 가축은 주로 양, 염소, 말, 소, 낙타 등 5가지다. 2020년 기준으로 총 6,706만 마리로 집계되었는데, 양 3,004만 마리, 염소 2,772만 마리, 말 409만 마리, 소 473만 마리, 낙타 47만 마리 등이라 한다. 인구 330만여 명에 사육하는 가축이 6천7백 만두이니 1인당 가축사육 두 수가 20두를 넘는다. 세계에서 인구당 가축 사육 비율이가장 높은 몽골은 인구의 3분 1 정도가 농촌에 살며, 이들 가구의 61%가 유목민이라 한다.
몽골은 최근 지구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영하 50도에 이르는 혹한과 폭설이 동반되는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조드'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수많은 가축이 희생되어 최근에는 50여 만 두의 가축이 폐사되기도 했다 한다. 몽골 속담에 “용사도 총알 한 방에, 부자도 단 한 번의 조드로”라는 말이 있는데, 이 속담은, 힘을 과시하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지, 조드가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하겠다.
초원을 달리다 보면 쇠똥과 말똥, 양과 염소똥 천지다. 가축들이 뱉어 놓은 양분을 먹고 풀이 자라고, 다시 그 풀을 먹고 가축들이 자란다. 이 자연스러운 순환이 몽골의 대초원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