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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Dec 19. 2024

6. 허브 향 흐드러진 초원의 오찬


에델바이스와 허브 향 흐드러진 초원


초원은 그 푸르른 색만큼이나 상큼한 풀내음이 있어 좋다. 초원이 주는 행복은 끝이 없다. 황톳길을 벗어나면 곧바로 초지로 들어선다. 초지에는 온통 들꽃으로 가득하다. 몽골 초원은 오뉴월에 들꽃이 그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 절정을 지났지만, 여전히 에델바이스와 허브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처음에는 무슨 꽃인지 몰랐는데, 꽃에 대하여 잘 아는 아우가 알려준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 고원에서나 서식하는 귀하디 귀한 식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몽골 초원에 온통 에델바이스 천국이다.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 고귀한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 함께 달리는 이 순간과 딱 어울리는 꽃말이다. 그 꽃말처럼 이 순간은 우리 '열혈청춘'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허브는 노란 꽃을 피우며 초록의 대지에 예쁜 색을 덧칠하고 있다. 초원 위에 깔린 노란 허브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초록과 노랑이 참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걸 새삼 알았다. 자전거 바퀴를 초원으로 돌리기가 미안하다. 귀한 꽃들이 꺾일까 봐 초원을 달릴 때는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워낙 지천으로 깔려있어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바퀴에 밟힌 들꽃들이 그들의 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조금은 덜 미안해진다. 바퀴가 지나가는 길마다 허브의 향긋한 내음새가 부드럽게 코끝을 간질인다. 그 향기가 스칠 때마다 온몸으로 행복이 스민다. 몽골 초원을 달리는 맛을 또 하나 더한다.



초원


상상 속에서나 느꼈던 초원의 맛을 진하게 마실 수 있는  풍경들이 이어지고,  굽이굽이 너울진 능선이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 속에서 우리는 그저 다섯 개의 점이 되어 달린다.


다섯 개의 점이 되어 달리다


서너 시간을 넘게 달렸다. 점심때가 었다. 우리의 점심은 밥차가 준비해서 온다 했다. 앞서 가던 가이드 차량이 멈춘 곳에 한 대의 트럭이 서 있다. 아무런 지표도 없고, 핸드폰조차 터지지 않는 드넓은 초원에서 약속한 장소로 밥차가 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들에겐 우리와는 다른 길 눈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겼으니 배가 고프다. 우리가 도착하자 밥차는 이미 짐을 풀고 잔디밭에 가져온 음식을 차리고 있다. 볶음밥에 달걀국, 김치, 깍두기, 파김치까지 차려졌다. 단출하지만 푸짐하다. 더욱이 입맛에 딱 맞는 우리 음식이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니, 들풀 속에서 노란 미소를 지으며 피어오르는 허브향이 싱그럽게 스며든다. 초원 위에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있고, 하얀 구름이 바람 따라 흐른다. 흐르는 것은 바람과 구름만이 아니다. 우리들 가슴속 행복도 함께 흐른다.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릴 소풍 가서 도시락 까먹던 시절처럼 떠들썩하다. 시간을 되돌린 어른이들의 시간이 흐른다.

초원의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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