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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Mar 28. 2024

아치스 내셔널파크

I -70번 도로를 벗어나 US-15번 도로로 접어드니 MOAB City와 ARCHES N.P.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유타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늘은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한다. 거센 바람 따라 구름이 씨커멓게 몰려다닌다. 잠시 휴식을 위해 정차했으나, 차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칠기 그지없다. 황량한 벌판에 부는 바람은 여행객의 마음을 더욱 심난하게 한다.


6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아치스 내셔널파크에 도착했다.


유타주에는 자이언 캐년, 브라이언 캐년, 레드 캐년 등 아치스국립공원과 같은 명소가 여럿 있다. 그중 세계적으로도 자연 아치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이곳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콜라로도 고원과 그 고원을 가로지르는 콜로라도강이 아치스를 비롯한 그랜드서클을 형성하였다. 3억 년 전, 이 일대의 거대한 콜로라도 고원은 바다였다. 그 바닷물이 증발하며 드러난 사암층이 억겁의 세월 속에서 풍화와 침식을 거쳐 현재의 모래 아치들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5,000~13,000 피트 높이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이곳이 먼 먼 옛날 바다 밑이었다 하니 자연의 섭리가 신비롭다.

이곳에는 과거 Puebloan, Fremont 및 Ute 민족 등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수천 년 동안 거주해왔다고 한다.  암각화로 남긴 몇 개의 상형 문자가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했을 그들의 치열했던 삶을 증명해 주고 있다.


비지터 센터Visiter center)를 지나 바로 나타나는 곳이 Park Avenue Viewpoint이다. 공원 입구부터 흙으로 이루어진 기기묘묘한 형상의 군상들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는 곳곳마다 나타나는 풍광들이 마치 신이 만든 작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차를 몰고 천천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트레일을 따라 두어 시간 돌았다. 이 공원의 면적이 309 평방 Km이고, 2,400여 개의 천연 아치들이 있다 하니 짧은 시간에 모든 곳을 다 보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차를 타고 볼 수 있는 곳은 거의 돌아본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아치스의 상징인 Delicate Arch를 먼발치에서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차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 그곳에 가려면 도보로 왕복 두 시간 정도는 걸린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늦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곳까지 걸어서 사진 몇 장 찍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다시 비지터 센터를 빠져나올 때는 해가 서서히 서녘으로 기울고 있었다. 여전히 바람이 거칠게 분다.


이곳 Arches national park는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콜로라도를 벗어나 1박 2일 여행을 결행한 곳이다. 모든 것이 아직은 낯선 상황에서 1박 여행은 지금 생각해도 다소 무리한 도전이었다. 8월 말이었던 그때는 무척이나 더웠다. 한 낮 사막 같은 공원을 돌던 딸아이가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못 걷겠다며 도중에 주저앉았다. 꼬맹이였던 딸에게는 많이 힘든 여행이었으리라. 애써 달래어 겨우 돌아 나오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딸아이가 이제는 앞장서서 더 많은 곳을 돌아봐야 한다며, 지도를 보고 빠진 곳이 없는지 꼼꼼히 챙긴다.


20년 전 첫 1박 여행 때의 아이들


숙소를 예약한 모압(MOAB)으로 돌아왔다. 모압은 높은 건물 하나 없고, 커다란 쇼핑몰도 없는 자그마하고 예쁜 소도시이다. 저녁은 가장 미국다운 레스토랑을 찾았다. 비프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을 고루 시켰다. 모두 아는 맛이지만, 본고장에서 맛보는 음식이 식욕을 당긴다. 배고픈 김에 배불리 먹었다.

20년 전 저녁도 이곳 모압의 비슷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다. 그날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비프스테이크를 먹어본다며 호들갑스럽게 흥분했었다. 그때 그 모습이 아득한 시간 너머로 오버랩되는 저녁식사였다.


숙소에 도착했다. 와인 한잔을 나누며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를 자축했다.

지난밤 한숨 잠을 이루지 못한 피로가 이제야 엄습한다.


내일은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또 내일이 우리 가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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