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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왜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질까요?

by 누리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 감정, 판단, 행동을 형성하는 핵심입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규정 지을 때 나는 이 광대한 시공간의 우주에서 그 어떤 존재와도 겹치지 않는 고유한 공간과 시간을 갖고, 그리고 인간은 생명체라서 그 어떤 생명체와도 겹치지 않는 고유한 유전자를 지니고, 따라서 이 우주에서 오로지 단 하나인 고유한 기억을 지닐 수 있고 이러한 고유한 기억을 통해 "나"라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물으면, 우리는 종종 이름이나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의 정체성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년 시절 친구와 뛰놀던 여름날 어떤 공원, 아버지를 따라 처음 자전거를 타고 넘어졌던 날, 첫 만남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이 모든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사진을 저장하는 앨범이 아닙니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기억을 "흐르는 시간의 응축된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되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끔, 오래된 노래 한 구절이 문득 들려오면 그 시절의 공기와 향기까지 함께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신 적 있지 않나요? 그게 바로 기억의 마법입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기억은 우리 안에 머뭅니다. 그리고 때때로 조용히 말을 겁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기억이 곧 자아"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어릴 때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나'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억이 흐릿해지기도 합니다. 어르신들 중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분들을 보면, 슬프게도 그들의 정체성도 조금씩 무너지는 듯합니다. 그만큼 기억은 삶을 구성하는 뼈대이자, 자아의 뿌리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정말 그때 있었던 그대로일까?"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기억을 정확하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즉, 기억은 완벽한 복사가 아니라, 당시의 감정과 맥락에 따라 매번 조금씩 다르게 ‘편집’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한 사건을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상처로 간직합니다. 그만큼 기억은 사실(fact)이 아니라 이야기(story) 일지도 모릅니다. 나만의 서사, 나만의 해석이 깃든 이야기.


결국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온기를 남기는 것들 아닐까요?

누군가의 목소리, 따뜻했던 손길, 눈물 젖은 편지 한 장,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냈던 밤, 그런 기억들은 잊히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기억이 삶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하나의 장면, 하나의 향기로 남게 되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어제를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조용히 물어보세요.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억은 때때로 아프고, 때때로 눈부시며,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설명해 주는 조용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나를,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더욱 다정히 바라보는 일로부터 새로운 기억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기억은 흐르는 강물 같기도, 반짝이는 거울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안에는 ‘당신’이라는 사람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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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우리의 기억을 이루는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씩 흩어져 가는 병입니다. 잊는다는 것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존재의 일부를 서서히 잃어가는 여정이 됩니다. 즉 태어나서 우주에서 나의 고유한 시. 공간과 유전자를 부여받고 다시 우주에 이를 돌려주면서 나라는 존재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왜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질까요?

살다 보면 이런 경험이 많이 생깁니다.

“이름이 도통 생각이 안 나네...”
“방금 뭐 하러 왔더라?”

그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사실은 우리 뇌 안의 구조와 세포들이 조용히,

그들의 기억의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도 노화의 과정을 겪습니다.

우리의 뇌에는 ‘해마(Hippocampus)’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는 창고 같은 역할을 하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해마가 작아지고, 세포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기억력 저하는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 만일 까요?

단순한 노화 외에도 우리 뇌는 아주 조용히, 무서운 질병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

알츠하이머병에서 기억이 사라지는 생리학적 이유는 주로 뇌 속 신경세포(뉴런)의 손상과 사멸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정보는 뇌의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을 통해 저장되고 전달됩니다. 특히 기억과 관련된 주요 뇌 부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마(Hippocampus):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데 핵심 역할

대뇌피질(Cerebral Cortex): 장기 기억의 저장소

전두엽(Frontal lobe): 기억의 회상, 판단, 집중력 담당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뇌에 두 가지 주요 병리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1)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Amyloid-beta Plaques)

세포 외부에 쌓이는 단백질 덩어리

정상적인 뇌에서는 제거되지만, 알츠하이머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뇌세포 사이 소통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발합니다.

특히 해마와 전두엽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2) 타우 단백질 엉킴 (Neurofibrillary Tangles)

세포 내부에서 발생

타우 단백질은 원래 미세소관(microtubule)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알츠하이머에서 는 이상이 생겨 엉키고 응집됩니다.

이로 인해 세포 내 수송 시스템이 붕괴, 세포 사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생리학적 과정을 통해 알츠하이머 병이 심화됩니다.

첫째, 시냅스 파괴가 일어납니다. 즉,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이 뉴런 간의 정보 전달 경로를 차단하여 신경세포 간 통신 단절시킵니다.


둘째, 신경세포의 사멸이 일어납니다. 염증, 산화 스트레스, 독성 단백질등이 축적되어 해마 및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죽기 시작합니다.


셋째, 해마(Hippocampus)가 위축됩니다. 신경세포가 죽으면 해마는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위 중 하나가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게 되고, 과거 기억도 사라지게 됩니다.


넷째,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게 됩니다. 즉, 판단력, 시간 감각, 주의력이 약화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혼란이 일어나고, 시간과 공간의 인지 능력이 저하되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는 단지 한 사람의 병이 아닙니다.

가족, 친구, 돌봄을 맡은 이들 모두의 일상을 흔들고, 관계를 시험하게 만드는 병입니다.

어머니가 내 이름을 잊고, 나를 낯선 사람처럼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단지 '기억'이 아닌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슬픔을 마주합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고,
2045년이면 일본을 넘어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약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입니다.
그리고 2050년에는 30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존재합니다.


기억을 조금씩 지워가는 이 병은,

사실 나이와 함께 뇌 안에서 특정 단백질이 쌓이면서 시작됩니다.


다음 편 예고

"2화. 당신의 뇌를 공격하는 두 얼굴의 단백질"에서
알츠하이머의 진짜 원인을 파헤쳐 봅니다.



3분 명상_기억에 도움을 주는 명상

Memory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화 명상센터 로고 2.jpg

3분 명상_기억에 도움을 주는 명상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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