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자신의 증명서

by emptiness

갑자기 우울증 때문에 아무것도 듣고 싫어졌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계속 나와서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으로 기기를 안 쓰니까. 이렇게나 고요하고 조용했다. 이런 느낌이 어색했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듣기도 귀찮아졌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은 공간은 숨을 못 쉬지 못해 어지러웠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잠시 숨 고르고 잠시 근처에 다녀온다.

부모님이 오시면 한쪽만 기기를 착용을 해서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오늘도 똑같이 웃으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평소처럼 일상을 들었다. 부모님이 출근할 때이면 아침마다 눈물을 계속 흘렀다. '왜 이렇지 짜증 나게 눈물을 자꾸 나오는 거냐고 진정해 진정해 진정해'라면서 계속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달래주었다. 한참 후에서야 눈물 멈추고 지친 몸을 이끌고 씻고 나서 입맛이 없어서 아예 하루종일 굶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밥을 꼭꼭 씹고 천천히 다 먹은 후에 설거지하고 그러고 나서 거실에 나와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데, 또 울컥했다. 울면서 드라마를 본다가 부모님이 오시자 '왜 울었어?'라면서 거짓말로 드라마 보다가 울었다고 했었다. 나도 모르게 아침마다 울고 또 울면서 자신을 달래주고 하느라 점점 몸이 말을 안 들어주지를 못했다. 일상처럼 해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기기 착용 하는 게 더 불편했다.


그래도 소리 듣는 게 좋은데, 음악, 가사가 나에게 매번 새롭게 들린다.

그러나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영 효과가 없나 보다..라고 하다가 더 이상은 소리에 관련된 것을 귀를 막아버렸다. 그럴수록 괴롭고, 숨이 막힌다. 만약에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하얀 눈들이 쌓여있어, 앞에 숲들이 있다.

그 숲 속으로 가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도 우울증에서 벗어난다면.. 소리와 함께 살아가려면 행복을 온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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