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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N Feb 20. 2024

C. 벼락치기와 햄치즈빵

Casatiello

시댁은 이탈리아의 열혈 한 팬이다. 매년 휴가는 이탈리아로 가는 것은 기본이고 외식은 주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하고 코로나 때는 이탈리아에 못 가셔서 집에 젤라토 만드는 기계와 피자오븐을 사서 만들어 드시더니 몇 달 뒤엔 이탈리아에서 독수리가 턱 하니 앉아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주문해서 매일 이탈리아를 즐기고 계신다. 그뿐만 아니라 시아버지는 이탈리아어 수업도 받고 계신데 몇 년을 꾸준히 공부하시더니 이젠 책도 읽으실 만큼 수준급이시다. 

마침 만드는 빵이 이탈리아 빵이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도 봐주시고 저녁도 만들어주시니 식사초대를 한다는 게 이리저리 바빠서 미루다가 재택근무날 시부모님을 초대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음식이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거나 하루가 지나면 뭔가 맛과 품질? 이 급격히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런 이유로 저녁, 빵, 디저트까지 모두 당일에 만들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시험 치기 전날 공부는 늘 벼락치기로 했던 내가 커서도 요리도 벼락치기가 되었다. 

살라미는 미리 구워주고 치즈는 하바티 치즈를 넣어주었다

빵은 브리오슈 도우 반죽에 살라미와 멜팅 치즈를 넣어서 굽는데 구글에 보니 나폴리지방에서 계란을 넣어 부활절 기간이 먹는 빵이라고 한다. 보통 처음 만드는 음식은 손님초대에 잘 대접하지 않는데, 브리오슈는 이미 만들어 보기도 했고 어느 빵집을 가도 있는 한국의 피자빵과 소시지 낙엽빵의 이탈리아 버전으로 햄(살라미)과 치즈가 듬뿍 들어갔으니 절대 맛이 없을 수 없는 빵이 아닌가! 

반을 뚝 잘라 케이크처럼 잘라먹었는데 그냥 먹어도 치즈와 햄의 고소하고 버터의 부드러운 맛이 가득한 빵이었다.

빵을 애피타이저로 내어드리고 식사는 아프간 필라프에 디저트는 크렌베리 오렌지 번트케이크까지 만들어드리고 나니 그동안 마음의 빚을 조금은 갚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신나게 요리하고 아이는 시부모님이랑 신나게 놀았으니 꽉 찬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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