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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N Feb 28. 2024

C. 디스코땋기와 할라빵

  Challah

나는 머리손질에는 정말 소질이 없는데, 얼마 전 윗집 사는 이웃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머리손질이야기가 나와 나의 재능 없음을 이야기했더니 '어릴 때 다른 사람이 다 해줬나 보네' 하더라. 난 그저 머리손질을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랬다. 난 늘 엄마가 머리를 묶어줬었는데 손재주 좋은 엄마는 디스코땋기 삐삐머리 양갈래로 묶어 땋기 등 어릴 때 머리를 하고 밖에 나가면 다들 머리모양 칭찬을 해주셨고, 나에게 아침등교 머리준비는 실벗과 물뿌리게를 가지고 엄마 앞에 앉으면 해결이었다. 어릴 때 집에는 바비인형이나 머리카락을 가진 인형하나 없었으니 인형머리조차 땋을 일도 없었고 중학교 때는 귀밑 3센티 단발머리를 해야 했으니 그렇게 나와 머리손질이라는 기술은 멀어져 갔던 것 같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여섯 가닥으로 시작해 보았다

머리땋기 이야기는 이 할라 빵을 만들면서 생각났는데 유대인의 전통빵으로 예쁘게 땋아진 올록볼록한 모습의 빵을 한 번쯤 본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빵을 만들다 보면 브리오슈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육류와 유제품을 같이 먹지 않는 코셔에 따라 유제품(버터나 우유)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계란과 오일로 만드는 빵이었다.  

 지금까지 내 챌린지를 하면서 비주얼은 포기하고 맛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에야말로 만회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리땋기에 소질 없는 내가 빵이라고 다를까. 처음부터 여섯 가닥으로 만들려다 질퍽한 반죽 가닥들이 서로 들러붙어서 울퉁불퉁한 커다란 빵덩어리가 되어있었다. 이 빵은 비주얼이 반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둥글리기를 하고 휴지기를 가지고 다섯 가닥으로 도전! 하나하나 천천히 다시 해보니 이렇게 예쁜 빵이 되었다. 그리고는 문득 디스코땋기 장인인 엄마가 만들었다면 더 예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을 포기할 수 없는 할라빵

 재미있는 건 설탕 듬뿍 바른 꽈배기빵은 먹을 때도 꽈배기 모양으로 결결이 찢어지는데 할라빵은 커다란 한 덩어리가 되어 구워져 나왔다. 먹어본 첫맛은 브리오슈빵에서 버터를 덜어내고 계란을 넣은 맛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브런치를 먹으러 간 레스토랑에 마침 이 빵으로 만든 프렌치토스트가 메뉴에 있었다.  프렌치토스트라면 이전에 만들었던 브리오슈가 단골빵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빵이 더 풍미가 좋은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도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의 취향이라 의견이 분분했는데 나의 최종 판결은 할라빵 프렌치토스트! 브리오슈 프렌치토스트보다 조금은 덜 부드러워 식감이 살아있고 계란과도 잘 어울리니 나는 할라빵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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