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batta
내가 자라오면서 본 올리브유는 주로 설날, 추석 명절에 아빠가 받아오거나 주변친지들에게 받은 선물세트의 단골 고객으로였다. 엄마가 늘 쓰는 기름은 누구나 아는 노란 콩기름이었고 엑스트라버진인지 뭔지 그저 엄마에겐 튀김용, 부침용 이렇게 크게 적혀있어서 쓰기 편한 게 최고였으니 나중에 남은 올리브유들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엄마표 튀김요리날 모두 한 곳에 넣어서 써버렸으니 올리브유의 맛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올리브유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해 준 건 이탈리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인 플로렌스 지방의 빈치였는데, 산비탈의 집을 둘러싸 싸고 있는 건 커다란 올리브 나무들 이였다. 이탈리아의 기념품가게에만 봐도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유를 판매하고 있었고, 올리브유만 파는 전문점에서는 테이스팅도 해보며 특유의 쌉싸름하지만 풀향 가득한 맛에 반하게 되었다.
숙소 근처를 산책하다 올리브오일 판매점이라고 대충 판자에 적힌 안내판을 따라간 곳에선 가내수공업 같은 작은 올리브유공장도 있었는데, 시골 방앗간에서 직접 참기름을 짜서 병에 담아주듯 올리브유를 캔 에 담아 사 오기도 했다.
몇 년 전에 시부모님이 이탈리아에서 사 오신 캔에 든 올리브오일을 열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다음 챌린지인 치아바타는 구멍이 숭숭 뚫려 빵은 올리브오일에 발사믹소스를 곁들여 찍어먹어야 진짜인 빵이니 고급유를 뜯어 맛볼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생긴 건 슬리퍼모양으로 울퉁불퉁하니 지난번 빵처럼 비주얼을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반죽시간보다는 발효를 하면서 잘 접어주고 그리고 반죽이 촉촉하다 못해 축축해서 밀가루를 듬뿍 묻혀 달라붙지 않게 게 해주면 피자스톤을 넣어 구워주니 치아바타가 완성되었다.
자꾸 반죽이 붙어서 밀가루를 과하게 뿌려주었더니, 빵이 잘 익었는지 구음색이 잘 보이지 않아 타기 전에 꺼내보았더니 뽀얀 색이었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올리브유에 발라믹식초를 뿌려 빵을 쿡 찍어먹으니 이 맛에 빵을 만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