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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N Feb 11. 2024

빵 만들 결심

프롤로그

작년 연말이었다. 2023년엔 뭘 했더라 생각해 보니 1월 2월 3월 월별로 계획하던 내 소소하지만 거창한 목표들은 8월 여름휴가를 다녀오며 흐지부지 되어버렸고, 하루하루 사는 먹고 자는 일상과 이직, 육아 등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육아라는 그럴싸한 핑계까지 생겼으니, 내가 돌보던 많은 식물들은 식물킬러 남편의 손에, 그리고 5년을 넘게 함께한 내 사워도우 발효종은 검게 변해 사망직전에 남편손에 구출되었다. 

한때는 나름 힙하다는 건 한 번씩 해본 취미부자였는데, 이젠 못하고 안 해야 하는 핑계만 늘어갔다. 

그러던 중 브레드 베이커스 어프렌티스라는 책에 나온 빵을 모두 만드는 도전을 하는 외국 블로그를 보고선 나도 결심이 섰다. 


스퀏 챌린지, 푸드 챌린지, 방탈출 챌린지 이렇게 챌린지가 난무하는 세상에 워킹맘이 빵 만드는 이야기가 무슨 스릴이 넘치겠나 하겠지만, 학창 시절 새문제지를 하나 사서 끝까지 풀기 어려웠던 나에겐 A부터 Z까지 책에 나온 46가지 빵을 만드는 건 엄청난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따뜻한 오븐 앞에 앉아 빵이 구워지는 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빵집에 들어섰을 때 포실포실한 빵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매주 구워내는 빵 이야기가 작은 오븐이자 빵집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나처럼 핑계 속에 감췄던 취미를 꺼내두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대들도 할 수 있다는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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