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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N Feb 11. 2024

A. 몰라시스와 벽돌빵

Anadama Bread

첫 빵은 내가 지금부터 일 년 동안 만들 빵 책을 쓴 작가 살고 있는 뉴 잉글랜드의 빵 아나다마 빵이다. 이 빵의 이름은 한 어부의 아내(안나)가 집을 나가버리고 남은 건 냄비에 콘밀과 몰라시스뿐이었고, 거기에 밀가루와 이스트를 넣어서 빵을 만들었고는 화가 나서 'Anna xxxx'her'(안 나대머, 아나 대머, 아나다마?) 라며 저주를 했다는데, 이런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아나다마 빵이 되었다고 한다. 믿기는 어려운 이야기지만, 생소한 빵이름을 기억해 내기엔 딱이다 싶었다. 이 빵은 몰라시스는 진저쿠키를 만들 때 넣으면 특유의 단맛과 생강맛에 이국적인 겨울향을 낼 수 있지만 이전에 몰라시스를 왕창 넣고 만든 디저트는 불에 탄 빵처럼 새까맣고 쓴 맛이 났었어서 망설여졌다.

거기다 보스턴에 잠깐 여행 갔을 때 알게 된 "보스턴 몰라시스 홍수" 사건 -  1919년 1월 몰라시스를 담아둔 탱크가 폭발해서 12미터가 높이의 뜨거운 몰라시스 설탕 홍수가 거리를 밀고 들어와 많이 사람이 죽고 빌딩이 부서진 사건을 생각하니 첫 빵의 시작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먼저 콘밀을 물에 불려 두어야 하는데 밤 9시가 넘어서 부랴부랴 시작했더니 어쩔 수 없이 소파에서 조각잠을 자고서 12시에 넘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날 빵을 만드는 날. 2박 3일 출장을 간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를 돌보랴, 밥 하랴, 빵 만들랴 마음이 급해져서 포실포실하게 2차로 잘 발효된 빵에 살짝 달라붙은 랩을 떼어내다가 발효가 푹 꺼져버렸고, 그냥 반신반의하면 구운 내 첫 빵은 벽돌처럼 납작해져서 볼품없어져 버렸다. 빵이 생각보다 부풀지 않아서 오래 발효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빵이 아닌 벽돌을 구웠다

 푹 꺼진 빵에 속상할 틈도 없이 마침 내린 폭설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눈에 길이 막혀 택시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도로 한복판에 내려야 했다. 집까지 걸어오는 설움까지 더해져 내 몸도 마음도 빵처럼 푹 꺼져버렸다. 

내 꺼진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다음날 아이 도시락에 빵을 싸줬더니, 초콜릿을 먹어본 적도 없는 아들이 초콜릿 빵이라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아마 초콜렛색 빵이었겠지) 그래 그냥 그거면 됐다 싶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딱딱해진 빵이 부끄러워 우유와 계란에 푹 담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더니 또 색다른 맛이었다. 


첫 빵이 벽돌이니 다음빵은 이것보단 낫겠지 하면 나름의 위로를 했다. 

다시 몰라시스를 쓰는 베이킹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하다. 이 빵 역시 나의 몰라시스 트라우마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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