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os - Greek celebration bread
첫 빵의 실패를 잊기 위해 두 번째 빵 작업에 착수했다. 역시나 이틀에 걸쳐 만드는 빵이기에 먼저 poolish라는 스펀지를 만들고 미리 마른 재료들도 개량해 두었다. 이 빵은 그리스의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먹는 빵으로, 언뜻 보이게는 이탈리아의 파나토네와도 언뜻 비슷해 보였다. 파나토네와 슈톨렌은 익숙한 크리스마스빵인데 그리스식 크리스마스 빵은 처음이었다. 시나몬 넛맥 클로브 모두 겨울과 잘 어울리는 재료들을 넣고서 만드는 빵이라 마른 재료를 섞을 때부터 설레었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가지 버전은 기본 빵반죽은 같지만 속재료와 빵의 모양에 따라 christopsomos 크리스마스 빵 Lambropsomo 부활절에 먹는 빵으로 나뉘었다. 마른 견과류를 넣고 마치 베토벤의 가발 같은 모양의 크리스토소모스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문제는 나의 구두쇠 좀스러운 마음에 견과류를 넣고 굽다 망하면 비싼 견과류만 낭비하게 될까 봐, 아무것도 넣지 않았고, 빵이 다 구워지고 나서 바르는 시럽도 옵션이라길래 그냥 넘겨버렸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었는데 이 빵이 커지고 커지고 커져서 베이킹팬을 꽉 채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사람들이 모여 먹는 빵이니 당연할 법도 하지만 잘 구워질는지 또 발효가 잘못된 건 아닌지 불안해졌다.
하지만 웬걸, 다 굽고 나니 크리스마스 향이 가득 집안에 퍼졌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이 맛없을 리 없지만 은은한 겨울향에 버터를 곁들여 먹으니 따뜻한 맛이 전해졌다. 그제야 견과류를 넣었다면 더욱 맛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은 어떤 모양인지 궁금해 사진을 찾아보니 빵이 따뜻할 때 글래이즈를 바르고 그 위에 참깨를 뿌려 내가 만든 어중간한 빵과는 달리 반질반질 먹음직스러운 빵이었다.
이왕 만드는 빵 망쳐도 그만인데 견과류 아끼려다 아쉬움이 남는 빵이 되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아낌없이 재료를 넣고 오렌지 글레이즈에 깨도 솔솔 뿌려 아쉬움이 없게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