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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N Feb 11. 2024

B. 작심삼빵과 철학

Bagle

A로 시작하는 조금은 생소한 빵을 지나 익숙한 이름 B로 시작하는 베이글에 도전했다. 베이글은 6년 전에 딱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있기도 하고 뉴욕 베이글과 몬트리올 베이글을 모두 맛봤으니 홈메이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잔뜩 올려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책에 소개된 레시피는 뉴욕베이글에 스타일이었는데 내 경험상 뉴욕베이글은 통통하고 가운에 구멍이 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크림치즈를 선택해 도톰하게 발라 샌드위치로 스타일로 먹는 게 딱이라면 몬트리올 베이글은 단맛이 있고 화덕에서 구워서 참깨베이글, 로즈메리 베이글을 그대로 먹었을 때 더 풍미가 좋았다. 나처럼 베이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철학과 중요시 하는 게 있는데 책에 나온 이야기 중에 어떤 뉴요커들은 뉴욕베이글을 흉내 낼 수 없는 이유는 훌륭한 뉴욕의 물 때문이라는데, 뉴욕이 물 맑은 도시의 이미지는 아닌데 라는 생각에 의아했다.


반죽기를 살려내고 신나게 베이글을 만들었다

자칭 베이글을 조금 먹어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시작하자마자 집에 있는 반죽기에서 모터가 가열돼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베이글의 반죽은 뻑뻑한 편인데 집에서 쓰는 반죽기에 쓰인 Professional을 너무 믿었다. 모터에서 심상치 않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을 때 멈췄어야 했는데 내 고집은 모터의 타는 냄새와 곧 부서질 것 같은 소리에도 꺾이지 않았고, 반죽기가 갑자기 멈춰 서자 

아차! 앞으로 만들 40가지가 넘는 빵을 손반죽할 걱정에 챌린지도 끝이다 싶었다. 역시나 작심삼일이라더니 작심 삼빵이겠다 했는데, 잠깐 플러그를 빼두었다가 다시 켜보니 기적처럼 작동했다. 그리고는 반죽을 반으로 나눠서 반죽을 마쳤다.


어제까지만 해도 예뻤던 내 반죽들이 이렇게 돼버렸다. 뒤늦게 꼼수를 부려봤지만 점점 더 망가져만 갔다.

발효를 하고 가운데에 구멍을 내서 특유의 베이글 모양을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날 퇴근 후에 냄비 가득 물을 끓여 베이킹 소다를 넣고 베이글을 데쳐냈다. 

이번에는 냉장고에 넣어둔 반죽에 비닐랩을 꼼꼼히 씌우지 않아서 몇몇 베이글 옆구리가 말라버렸다. 이번에도 랩이 문제다. 베이글은 물에 끓인 후에 오븐에 넣는 과정이 있으니 물에 끓일 때 어떻게든 모양을 잡아보려 노력해 봤지만 베이글의 모양은 점점 더 망가져만 갔다. 그리고 분명 책에 적 흰 대로 가운에 구멍을 5센티미터로 만들었는데 발효하면서 어느새 구멍은 사라져 갔다. 


모양은 포기하고 맛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오븐에 넣었는데 쭈글 하던 베이글이 매끈하게 환골탈태해서 오븐에서 나왔다. 이 녀석들 통통하니 귀엽기까지 했다. 너무 통통해서 베이글 자르는 틀에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이었다. 홈메이드 베이글은 슈퍼마켓에서 산 베이글보다 백배쯤은 맛있는데, 아직 한국에서 인기 있다는 베이글 맛집의 대파베이글은 먹어본 적이 없으니 그것보다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챌린지를 끝낼 때까지 필요한 반죽기를 생각해서 당분간 베이글은 사 먹는 걸로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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