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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싱가포르 유람기

Day 2 : Part A - 차이나타운, 가든즈 바이 더 베이

by 공대생은유람중 Feb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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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밖을 나서니, 수풀내음이 느껴졌다. 나무가 우거진 자연환경이며, 공기며, 괌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수풀내음 우거진 싱가포르 외곽의 아침수풀내음 우거진 싱가포르 외곽의 아침

• 오늘은 시내 중심부를 돌아다닐 예정인데, 일단 싱가포르의 아침을 먹어보고 싶어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버스를 탔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카야 토스트이고, 야쿤 토스트와 토스트 박스가 유명하다. 마침 차이나타운에 야쿤 토스트 본점이 있어서 찾아가 줄을 섰다. 내가 9시 반쯤에 도착하였고 시간이 지나니 점점 줄은 길어졌다.

가게 밖까지 나있는 줄은 점점 길어질 예정이다.가게 밖까지 나있는 줄은 점점 길어질 예정이다.

• 20분쯤 줄을 서서 카야토스트와 밀크티가 있는 세트를 시켰다. 그런데, 토스트와 밀크티 말고도, 반숙으로 조리된 달걀 2개가 토스트에 끼워져나온게 아니라, 그릇에 따로 수란처럼 나왔다. 자리를 잡고 토스트를 베어물어보니, 왜 줄을 서서 먹는지 알 것 같았다. 재료는 카야잼과 버터 그리고 토스트빵 이게 다이다. 그런데 우선 빵 그 자체로도 맛있다. 겉만 바삭한 것이 아니라 빵 안쪽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바삭한데, 신기하게도 촉촉한 식감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안쪽의 버터 역시 그 자체로 굉장히 농후한 맛이 났으며, 약간 느끼해질 법한 맛을 달짝지근한 카야잼으로 밸런스를 맞췄다. 간만에 먹어본 정말 맛있는 토스트였다. 같이 나온 수란도 간장을 살짝 뿌려서 먹으니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했다. 밀크티 역시 맛있었는데, 토스트만큼의 감동이 있는 정도는 아니고 무난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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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함과 바삭함이 공존하는 야쿤 토스트. 싱가포르 가면 꼭 드셔보시길.

• 토스트를 먹고 휴지를 쓰려는데, 점원이 휴지는 돈주고 사야한다고 한다.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싱가포르에서는 음식점에서 보통 물과 휴지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에 물을 사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다고 한다. 역시 물이 귀한 나라구나 싶었다. (그런데 왜 휴지는 안줄까…)

• 토스트를 먹고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았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인구의 70퍼나 되는데, 왜 차이나타운이 있나 싶긴 했다만… 돌아다녀보니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들도 많고, 좀있으면 춘절 (중국의 음력 설로, 한국과 날짜는 같다) 인지라, 빨간 등으로 거리 여기저기가 장식되어있기도 하였다. 더욱이 신기한 것은 차이나타운인데, 주변에 불아사라는 절과, 마스지드 자마에라는 이슬람 사원 (모스크)과, 스리 마리암만이라는 힌두교 사원이 가까운 거리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종교갈등이 심할법도 한데, 각자의 전통을 유지하고, 서로 존중하고, 조화롭게 같은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보기 좋다고 느껴졌다.

차이나타운의 가게들. 곧 춘절이라 저런 붉은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차이나타운의 가게들. 곧 춘절이라 저런 붉은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 모든 사원은 신도들이 기도하는 공간만 들어가지 못하고, 안에 들어가볼 수가 있다. 이슬람 사원에 가보니, 화려하지는 않고, 특별한 장식품도 거의 없었다. 다만 넓은 카페트가 있어 몇몇 신도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이슬람 신도는 물론 아니다만, 넓고 조용한 모스크를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어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안해졌다.

거의 아무 소리도 없었던 고요한 이슬람 모스크거의 아무 소리도 없었던 고요한 이슬람 모스크

• 모스크에서 나와 정말 3분쯤 걸으니, 이번엔 힌두교 사원이 나왔다. 모스크는 다소 정갈한 반면에, 힌두교 사원은 사람도 많아 북적거렸고, 사원 외관도 조각상으로 화려했고, 내부 역시 중앙에 신을 모시는 제단과 동상 (아마 힌두교에서 최고로 여기는 시바신인 듯 했다) 역시 화려했다. 그리고 천장도 역시 시바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을 그려놓은 듯한 그림들로 가득차있었다. 마침 오늘 무슨 행사인지 악사들은 악기를 불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동상에 물을 끼얹는 의식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인도 어딘가에서나 들려올 법한 음악들을 가만히 서서 듣고 있다보니,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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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팎으로 북적였던 힌두교 사원

• 차이나타운에서 나와 멀라이언파크까지 걸어가니, 멀라이언 상이 워낙 유명한지라, 사람들은 거기서 내뿜는 물을 받아먹는 듯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있었다. 멀라이언 상 쪽에서 반대편에는 그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보였다. 인피니트 풀이 유명한 호텔이다만, 숙박비가 보통 100은 호가하는 곳인지라 나중에 돈을 정말정말 많이 벌면 가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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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라이언 파크.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건물들은 웬만해서 여기서 다 조망할 수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1

• 멀라이언 파크 앞의 바다는 일종의 만처럼 되어있어서, 바다를 둘러 20분쯤 걸어서 마리나 베이 쪽으로 걸어갔다. 걷다보니 중간에 바다가 보이는 풀러턴 호텔이라는 곳을 관통하여 지나갔는데, 여기도 역시 꽤 괜찮아보였다.

마리나 베이로 가던중 해안가에 있던 풀러턴 호텔마리나 베이로 가던중 해안가에 있던 풀러턴 호텔

• 마리나 베이 샌즈는 호텔이기도 하지만, 옆에 지하 2층까지 있는 꽤나 넓은 쇼핑몰도 있다. 쇼핑몰이 위치도 좋거니와, 정말 유명한 브랜드는 웬만해서 다 있고, 또 유명한 음식점들도 몇 개가 있어서 심심치 않게 구경하기 정말 좋았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는데 딘타이펑이 있어서 들어가보았다. 게살 볶음밥과 닭날개 튀김을 시켰는데, 역시 딘타이펑이라 그런지 세계 어디에서나 먹어도 맛은 꽤나 보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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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굉장히 넓었던 마리나 베이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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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본점인 딘타이펑. 딘타이펑은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가든스 바이더 베이를 가기 위해서 좀 더 해안가쪽으로 걸어가보니, 마리나 베이 호텔 안쪽을 통해서 지나가게 되어있었다. 멀리서 볼 때도 꽤 큰 호텔이었고, 물론 안쪽에서 봐도 그러했지만, 신기하게도 안쪽은 완전히 속빈 강정처럼 뚫려있었고, 실제 객실은 건물 바깥쪽으로만 있었다. 생각해보니 꽤나 비싼 호텔인데, 건물 안쪽에서 아무 뷰도 못본다면 그것도 이상하겠거니 싶었다.

마리나베이 호텔 건물 내부마리나베이 호텔 건물 내부


• 마리나 베이 호텔을 나와보니 저 멀리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슈퍼트리가 보였다. 가든스바이더베이는 하나의 식물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매표소까지의 길도 정원처럼 잘 꾸며놓긴 한데다가, 외부 정원도 그렇게 좁지는 않다. 가든스바이더베이는 여러 돔들과, 슈퍼트리들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돔들을 들어가는데, 그리고 슈퍼트리 전망대를 올라가는데, 다 각각 입장료를 내야한다. 나는 전망대를 올라가고 싶었으나, 비 때문에 전망대는 못 올라가고 ‘플라워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만 각각 올라가기로 하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개 입장권을 합쳐서 5만원 정도나 하는,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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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저기 우뚝 솟은 3개의 탑 같은 것이 슈퍼트리. 돔들도 보인다. 우측: 가든즈 바이더 베이 외부 정원

• 먼저 플라워돔을 방문하였는데, 사실 싱가포르는 사시사철 더운 곳이라, 식물원을 굳이 들어갈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보통 식물원 안은 몹시도 더우니까.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안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데다가, 식물로 우거진 곳이라 공기가 정말 쾌적했다. 돔의 중앙에는 작은 중국식 정원을 미니어쳐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는데, 쑤저우를 본딴 것이라 쓰여있었다. 쑤저우를 가본 사람으로서 쑤저우 느낌은 아니긴 하였다만… 그래도 꽃들의 색감과 중국식 건물들이 잘 어우러지긴 하였다. 돔도 실내긴 하다만, 좀 더 실내 안의 실내를 들어가보면 모네와 같은 여러 미술가들의 꽃 그림이 레플리카로 걸려있었다. 이전에 나오시마에서 봤던 (진짜) 모네의 수련 그림만큼의 감동은 오지 않아서, 빠르게 지나치면서 훑어보았다. 그래도 실내의 어둠과 조명들이 잘 어우러져, 약간 몽환적인 색감은 잘 자아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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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건물들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플라워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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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의 건물. 여러 유명 화가의 레플리카들과, 오른쪽과 같이 몽환적인 스크린 작품을 같이 설치해놓았다.

• 그 다음으로는 클라우드 포레스트라는 돔에 들어가보았다. 여기도 이전과 같이 굉장히 거대한 돔이라 족히 아파트 10층 높이는 될 것 같은데, 돔 안쪽이 전체적으로 에어컨이 틀어져있었고, 돔 중앙에 떡하니 정말 거대한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거대한 인공폭포를 실내에 조성하다니 정말 스케일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입장료가 조금 비싸긴 하다만, 어느정도 납득이 되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이전의 플라워돔과 달리 꽃보다는 우거진 나무들로 가득한 돔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 위까지 올라간 다음, 폭포를 둘러서 걸어내려올 수 있었다. 폭포 위로 올라가보니 지면은 생각보다 아찔할만큼 높았다. 내려오면서도 심심치 않은 것이, 길이 단순히 폭포를 뱅뱅 둘러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조금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폭포 전면을 각종 식물들로 덮어싸여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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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떨어지는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 안의 폭포. 올라가보면 생각보다 높이가 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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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이 심심치 않고 예뻤던 클라우드 포레스트


• 이번에는 다시 해안가를 걸어서 내셔널 갤러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art B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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