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7 : 글라스보트와 스노클링
•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귀엽게도 내 이름과 함께 태극기 사진을 그린 그림이 냉장고 벽에 붙어있었다. 어제 다 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늦게 잤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언제 또 이런 그림을 그렸담. 참 고마운 마음이었다.
• 오늘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가서 하는 스노클링을 예약해 두었다. 그전에 시간이 좀 뜨는지라, 저번에 못 탄 글라스보트를 타러 카비라만에 가볼까 싶었다. 해안가를 따라 스쿠터를 모는데, 못 봤던 절경이 또 여러 번 펼쳐졌다. 정말 윈도우 배경화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예쁘고, 한적한 풍경이 보였다. 너무 예뻐서 스쿠터를 멈추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 이시가키 남서쪽 해안가를 40분쯤 달리니 카비라만에 도착했다. 카비라만은 바다의 산호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대신에 바닥이 투명하게 된 글라스보트를 타고 갈 수 있다.
• 표를 끊고, 해안가에서 글라스보트를 기다렸다. 시간대에 맞춰서 글라스보트를 타고 해안에서 10분 정도 바다로 나가는데, 산호와 물고기들이 정말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시가키 와서 처음으로 바다거북도 볼 수 있었다. 배를 모는 선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략 30분 정도를 탔을까, 다시 해안가로 돌아왔다.
• 글라스보트를 타고 해안가를 다시 달리니 날씨가 꽤나 개어있었다. 오면서 풍경이 역시 너무나도 예뻐서 사진을 꽤나 많이 찍었다.
• 다시 서쪽해안가를 따라 달리면서 어제 봤던 후사키비치 리조트를 잠시 들렀는데, 이번엔 기분 좀 내볼까 싶어서 여기서 햄버거와 음료 한잔도 시켜보았다. 여기서 머무는 것은 아니다만, 여기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사치를 부리는 기분이 들었다.
• 점심때가 되어서 리토항 근처에 집결했다. 게스트는 10명 정도, 가이드 4명이 모였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정말 저 멀리 지평선 너머 바다로 배를 탔다. 모터보트를 타고 꽤나 원양으로 나갔는데 20분쯤 지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꽤 먼바다인데 섬이라 하긴 뭐 하고 작은 육지가 솟아있었다. 그런데 돌로 된 게 아니라, 마치 해안가처럼 모래로 야트막하게 솟아있는 육지였다. 육지에 정박해서 발을 디뎌보니, 모래사장에서 사방이 바다일 뿐이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내가 혼자 온지라, 감사하게도 스노클링 투어 가이드 분들이 내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하였다.
• 이제 얕은 육지에서 벗어나 다시 배를 타고 10분쯤 더 나가니 여기서 다 같이 바다에 들어가자고 한다. 진짜 항구에서 멀리 왔는데, 그들이 아는 스노클링 스팟이 있는 것 같았다.
• 수트를 입고 바다에 들어갔다. 수트 덕분에 가라앉을 일은 없는데, 이렇게 발이 아득히 안 닿는 바다에 와서 스노클링을 해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신기함, 바다에 대한 경외감, 즐거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발이 안 닿는 저 바다의 바닥에 예쁜 산호들과 물고기들이 잘 어우러져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데 제일 놀라웠던 것은 내 옆으로 바다뱀이 지나가는 것이다…! 바다뱀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얼룩덜룩한 무늬와 함께 크기도 내 팔뚝만 한 것이 영락없는 육지에서 본 뱀이었다. 진짜 너무 놀라서 기겁을 했는데, 가이드 한 분이 뱀을 딱 잡더니 ‘이거 봐라’ 하듯이 잡고 설명을 해주신다. (모든 바다뱀이 그런지 모르겠는데) 사람에게는 무해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구렁이 같은 비주얼에 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 30여분을 스노클링을 했다. 원 없이 물고기와 산호를 보고 올라와서 다시 배를 타고 리토항쪽으로 이동했다. 다들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혼자오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해서 신기한지, 가이드 분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 일정이 다 끝나고 리토항에 다시 내렸는데, 감사하게도 봉고차로 각자 숙소에 데려다주셨다.
• 스노클링을 다 하고, 이시가키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리토항에 있는 작은 돈부리집에 갔다. 마구로동을 시켰는데, 어쩜 이렇게 참치에서 윤기가 나는지. 재료는 굉장히 단순하다. 따뜻한 밥 위에 참치 여러 점. 그리고 우미부도 (바다포도) 그리고 오이 두 점. 그런데 참치가 정말 찰기가 있으면서 부드럽고, 또 고소한 맛이 났다. 정말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일 정도였다. 한국에서 참치를 먹을 때는 대개 냉동에 김을 쌌는데, 이렇게 생참치를 따뜻한 밥과 같이 먹으니 정말 별미였다. 만족할만한 식사였다.
• 이제 이시가키를 뜨기 위해서 공항이랑 가까운 시라호의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하였다. 사실 일주일이나 있어서 좀 지겨웠는데, 막상 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인근에 할 것은 마땅치가 않아서 게스트하우스에서 거의 잠만 자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Day 7
• 공항으로 가려고 새벽 6시가 좀 넘어서 움직였다. 원래도 그다지 할 것은 없는 동네였다만 새벽이 되니 정말 고요하고 한적했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공항도 꽤나 조용했다. 별일 없듯이 이시가키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오키나와 본섬의 나하 공항으로 이동했다.
• 시간이 굉장히 애매하게 떠서 나하 공항과 가까운 ‘후쿠슈엔’(복주원)이라는 곳에 갔다. 신기하게도 쑤저우의 졸정원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알고 보니 중국 푸저우와 우호도시 체결 기념으로 만든 중국식 공원이라고 한다. 일부러 멀리 찾아올 정도는 아니다만, 인근에 있다면 가볼 만하기도 하였다. 정자며, 암석의 배치며, 사이즈는 작지만 정말 중국에서 봤던 정원의 형식과 거의 같았다.
• 한적하게 정원을 거닐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서 7일이나 되는 섬투어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 여담인데 여행할 때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아서 얼굴이며, 팔이며 정말 정말 다 타버려서 한동안 검은 기가 빠지질 않았다. 그래서 동료들이 ‘타다키’가 됐다고 놀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