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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Feb 29. 2024

좋은 주식의 필요조건 - 실적

그래도 돈 버는 회사들 주가가 오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것이 필요조건인지 혹은 충분조건인지 구분하기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필요조건(necessary condition)은 어떤 진술이 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다.

인간이면 동물이다

인간이면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서 단지 동물이라고 해서 인간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생물이 동물이 아니라면 이 생물은 절대로 인간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생물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이다라는 조건은 인간이다라는 조건의 필요조건이 된다.


테마주를 거래하는 사람으로서 실적에 빡빡한 잣대를 들이댈 생각은 없다. 기업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테마주에 빠져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투자자로서의 양심이 좋은 주식의 필요조건에 실적을 빼놓을 수 없게 만든다. 비단 양심의 문제만은 아니라 크게 상승하는 많은 주식은 실적이 좋거나, 좋아질 예정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움직인다. 심지어 실체가 없는 테마로 움직이는 개잡주들도 표면적으로는 이런 이유를 갖다 붙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식 투자의 길을 밟는 것이 아닌데 개별기업의 실적까지 모두 공부하기는 어렵다.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금까지 실적에 큰 관심 없이도 지속적으로 투자 수익을 거두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기업이 벌어오는 돈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적자 기업은 피해야 하는데, 특히 3년 이상 적자인 기업은 더욱 그렇다.

예전 코스닥 상장 규정에 의하면 4년 연속 적자일 시 관리 종목에 지정되었으며, 5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시 상장 폐지 심사에 들어갔었다. 22년 말 해당 규정이 완화되며 투자자 주의 정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년 연속 적자인 종목은 세력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꾸준히 돈을 버는 기업이 좋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때 오세훈 대장주로 불리던 진양화학은 연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였고 지금은 진양산업이나 진양폴리가 오세훈 관련 이슈에 더 잘 반응하고 있다.


주가의 흐름은 유사하지만 얼핏 보아도 진양산업의 상승률이 훨씬 높다


적자 기업도 그렇지만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기업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영업이익이 잘 나오는 종목은 이미 시가총액에 그만큼의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그 가치만큼 시가총액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고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여름 테마주로 분류되는 창문형 에어컨을 제조하는 기업인 파세코나 캐리어 에어컨의 제조사인 오텍의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주가도 같이 지하실을 파고 있다.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시가총액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종목 모두 실적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적 반등과 주가 반등에 같이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긍정적인 점을 꼽자면 우리는 장기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년 가량의 투자 주기 안에 기업의 실적은 그리 큰 폭으로 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투자하는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실적의 변동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른 투자자가 하는 것처럼 기업의 영업이익을 예측하고 그 변화가 주가에 줄 영향을 추측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투자를 굉장히 쉽게 만들어 준다.


요즘 스타일에 맞게 세 줄 요약을 하자면


1. 다년간의 적자 종목을 피하고

2. 이전에 특정 종목에서 받은 좋은 기억 때문에 관성적으로 이미 거래했던 종목을 거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3. 해당 종목에 투자하기 전 기업의 현 상황에 대해서 가볍게 훑어볼 필요는 있다.


기업의 실적을 좋은 주식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규정한 이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통해 이미 아셨겠지만 내게 기업의 실적은 서류 통과 같은 느낌이다. 그저 생각 없이 네이버에 접속해서 기업의 이름을 검색하고 요약 재무에 들어가 주홍글씨로 표시된 적자 표시가 많지 않다면 일단 합격인 것이다. 영업이익이 높다면 감탄사 정도가 추가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다음의 면접이다. 면접에서 정말 기량이 있는 친구들을 뽑아내고 가장 많이 혹은 빨리 오를 우수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핵심이다.


다음 이야기는 면접 과정인 종목의 재료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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