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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기씨 Jul 06. 2024

백세시대를 미리 준비했었다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져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온다!"    

 

PET-CT검사를 대기하다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100세 시대에 대해서 지금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일이지만 십오 년 전 모 보험회사에서의 교육에서 처음 들었을 땐 콧방귀를 뀌는 분위기였다. 

팔십까지 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들 했다. 

그리곤 100세를 만기로 하는 보험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부분 어린이 보험이었다. 

'그래, 지금 태어나는 애들이면 백세까지 살 수도 있겠지...'라며 겨우 받아들여졌지만 나는, 

'우리 집안이 나름 장수집안이니 나도 백세까지는 살 수 있겠구나...'받아들여졌었다. 

그렇게 나는 건강한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다.     




나의 고모들과 큰 아버지들은 여든, 아흔이 넘으셨어도 큰 병 없이 정정하신 분이 많으시고 외할머니는 내 딸에게서 '왕할머니'로 한참 불리시다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70대 중후반의 연세로 큰 병력 없이 고혈압 약 복용 10년 미만의 이력만 있다.

나는 학창 시절에 '운동장 조회에서 교장님 훈화말씀 도중 쓰러지는 것'이나, 

'수업시간에 짝꿍이 선생님을 부르면 나는 뒷목을 젖히고 코 뿌리를 잡고 있는 것' 들을 해보는 로망을 가졌었다. 

성인이 되어 회사 회식에서 과음을 하여도 다음날 말짱히 출근해 지각하는 사람들 몫까지 야단맞는 일은 흔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마흔이 넘으면 대부분 걱정한다는 흰머리와 혈압 문제도 없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건강관리에 관심이 없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을 돌보며 평균수명 연장에 대한 교육까지 더해지니 백세까지 건강을 유지하고픈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건강한 먹거리는 물론이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생협을 통해 농약 걱정 없는 식재료들을 공수하였고, 걷기, 등산, 헬스, 요가, 러닝, 자전거 등 운동도 꾸준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혹시 부족할 수 있는 영양 보충을 위해 적절한 영양제 섭취나 보약 등, 건강한 몸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위한 직업 전환도 준비했다.     



대부분 그랬듯이 나 또한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재취업의 문턱에서 많은 방황을 했다. 

그러다, 나이제한에 비교적 자유로우며 고령화 사회로 인해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직업으로 사회복지사가 제격이다 싶었다. 

평소 관심 가지던 분야이기도 했기에 자격 취득방법을 알아보았는데 그때의 학력으로는 취득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육아와 병행하며 공부하기에 부담이 적은 방송대 청소년학과에 입학을 했다.(그 당시엔 사회복지학과가 없었다.) 

학기당 과목 쪼개기와 휴학을 활용하며 현실적인 여건에 맞추다 보니 논문까지 7년 반 만에 졸업을 했다. 

그리고 틈틈이 이수해 놓은 사회복지학 과목들은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인정받아 직업 전환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청소년학 학사 학위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삼십 대 후반에 대학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그 나이에 무슨 대학이냐며 말들 했지만 백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삼십 후반은 아직 젊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내가 직업전환을 하는 과정에 시어머니의 대장암 발병이 있었다. 

신장암 이후 두 번째 암 발병이다. 어머님은 젊으셨을 때 신장암 수술을 한 이력이 있었다. 

그 사실을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고백을 하셨다. 

암에 걸려도 당장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머님은 일찌감치 알고 계셨기에 대장암을 겪으실 때도 의연하게 대처하셨다. 

빠른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여 암을 잘 다루면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고 계셨다. 

보험회사에서도 '앞으로는 암으로 죽는 시대가 아니라 조기 발견으로 수술하고 암진단금을 생활비로 쓰는 시대'로 홍보하기 시작했지만 건강한 가족력을 가진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였기에 나는 백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더 집중을 했다. 

그랬기에 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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