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아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취소됐다고요?
이번 여행의 끝자락에 무심코 열어본 이메일 한 통. 깜짝 놀랄 소식을 접했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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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움도 잠시, 엄마가 놀라지 않게 서둘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 갑작스레 비행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우리는 알이탈리아 항공편을 이용했는데, 대한항공/아시아나와는 달리 외항사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인듯했다. 나는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항공권을 검색한 뒤 실제 예약을 진행했던 여행사 하나투어로 연락해 안내 조치를 받았다. 여행사(하나투어)에서는 기존에 예약했던 아침 출발 스케줄(취소 편)을 대체할 스케줄을 몇 개 제시했고, 우리는 최종적으로 같은 날 늦은 밤 출발 편명을 선택했다.
갑작스러운 비행기 취소가 전해준 두 가지 행운
처음에는 약간의 마음고생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1) 로마에서 더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2) 국적기(대한항공) 대체 편을 선물 받았다. 때로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고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로마에서의 24시간 + 뜻밖의 선물 12시간이 추가되다
아침이 밝았다. 예정대로라면 공항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로마에서 보낼 수 있는 반나절이 더 주어졌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집 근처와 콜로세움까지 돌아본 뒤, 숙소로 다시 돌아와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로마에서도 이어지는 마트 사랑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을 안고, 엄마와 나는 여행지에서의 방앗간이자 행복의 장소인 "마트"로 제일 먼저 향했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 마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상에서의 행복과 새로움이 좋다. 따듯한 나라이니만큼 이탈리아 마트에서는 유난히 과일들이 예뻐 보였다. 엄마도 가지와 호박이 탐스럽다며 집 앞에 잠시 장 보러 나온 것처럼 야채코너를 열심히 보곤 했다. 또 한 가지 좋은 건 한국에서 비싸게 수입되는 특이한 모양의 파스타와 피자맛 과자, 엔초비 소스, 라바짜 커피(에스프레소) 가격이 너무나도 저렴해서 플렉스 할 수 있는 점이다.
아침부터 맥주 먹는 키덜트 모녀 어떤데
마트에서 시원한 병맥주를 하나 사서 나왔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동네 골목길을 걸었는데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일탈 같아서 더 흥이 났다.
목적지 없이 동네를 거닐다 엄마가 발견한 곳이 있었다. 그곳은 젤라또 전문점 파씨(G. Facci). 사전에 동네 조사를 못했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엄마의 눈썰미 덕분에 들러보게 된 곳이다. 숙소에서 도보 거리에 있던 젤라또 3대 명소를 못 가봤더라면 아쉬움이 클 뻔했다. 이곳에서 당충전을 한 뒤, 우버를 타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참고로 이탈리아 로마 시내를 차로 이동할 때는 택시보다는 우버를 추천한다. 우버가 활성화되어 있는 도시라 잘 잡히기도 하고, 요금 바가지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콜로세움, 이번 여행의 서프라이즈 선물
크루즈 일정 상 기존 여행 계획에 포함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콜로세움. 이곳에서 엄마와 내가 이번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내부 투어까지는 어려웠지만 콜로세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졌다. 인플루언서로 보이는 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저마다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엄마와 나도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고 근처 레스토랑 Wanted에서 리조또, 와인과 함께 뜻밖의 시간을 즐겼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는 진짜로 공항에 갈 시간이다. 짧았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던 이곳 '테라스'와 '키덜트 모녀'가 바이바이 인사를 나누었다.
고마웠어! 로마의 선물, 우리가 오래도록 잘 간직할게!
[참고 정보] 현지에서 갑작스레 비행기가 취소되었을 때 대처 방법
1. 만약을 대비해 이메일을 자주 확인한다.
항공사의 사정으로 내가 예약한 비행기 편명이 취소되거나 변경될 경우, 이메일을 통해 통보받는다. 외항사의 경우에는 출발일 바로 전 날 취소되거나 스케줄이 일부 변경되기도 하므로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2. 내가 실제 예약한 채널의 고객 센터에 연락한다.
출발 시간이 약 5-10분 정도 바뀌는 거라면 대체 편이 자동으로 마련되지만, 비행기 편명이 아예 취소되었을 때에는 내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를 통해 직접 예약한 티켓이라면, 공홈에 전화를 하거나 챗봇 상담, 이메일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가끔은 예약 확정서에 헬프데스크 주소가 적혀있기도 하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만약 하나투어, 인터파크 등 국내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했을 경우에는 '내가 예약한 곳에 비용을 지불' 했기 때문에 '여행사의 취소 및 환불 규정'을 따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사가 아닌 여행사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다. 스카이 스캐너를 통해서 예약했을 때에도 이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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