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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혜 Oct 09. 2024

부록 2: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가 전하는 메시지

청소년 시절은 외모 꾸미기가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친구보다 예쁘고 싶고 비싼 옷을 입고 싶은 등 잘나고 싶어지는 현대 사회가 파장한 거추장스러운 문화를 입는다.

나의 청소년 시절의 절반 이상은 학원에서 지냈다. 학원에서 친구를 사귀고 파를 나누고 또 싸우고. 잘난 척에 날개가 돋쳐 미친 듯이 활개를 쳤다. 부모 직업과 클라스 격차, 입는 옷에 따라 무리를 나누었다.


‘거지면 거지지. 개근 거지는 또 뭐지?‘

올해 5월 ‘개근 거지’라는 혐오 표현을 익혔다. 난생처음 듣는 단어는 가슴에 멍울을 만들고 쓰라림을 준다. 뛰어놀기 바쁜 초등학생들 사이 입에 담기도 힘든 생소한 단어가 있다는 것은 가히 놀라웠다. 자극적인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로 겉포장된 모습에 혈안 되어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내뱉는 상황을 상상해보니 끔찍했다.

종종 여행 유튜브를 보면 자녀와 한 달 살기 하는 영상을 접하면서, 해외 체험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를 두고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자녀가 집에 와서 친구들이 ‘개근 거지’라고 놀린다고 전할 때 심정이 어떨까. 열심히 살아도 발버둥 쳐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 지금의 사회에서 가족끼리 번쩍번쩍한 해외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애나 만들기> 소개 문구에는 이렇게 나온다.

‘대담한 사업가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독일 출신 상속녀 신분으로 접근해서 뉴욕 엘리트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나 델비. 한 기자가 애나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애나 만들기’ 또한 마찬가지다. 2018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애나 소로킨’이라는 인물이 부자 행세를 하면서 미국 금수저들을 등쳐먹는 이야기다. 애나의 주변에는 부를 탐하는, 그리고 부자 친구만 있었다. 결국 모든 게 까발려진 상황에 놓였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남은 건 가짜란 이름의 껍데기뿐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재판 이후 애나의 팬이 생긴 것이다. 또 그의 의상은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나‘로서 ’나‘답게는 불가능한가요?”

최악의 상황은 ‘비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온전한 ‘나’는 사라진다. 자아가 잠식되면서 남의 기준에 맞춘 자아를 만들어 내고 그 자아는 언제나 허물어지고 짓밟히게 된다. 개인이 모여 만든 문화는 올바른 사고방식에 벗어나 남을 헐뜯고 손가락질한다. 그래서 자신을 가상 인물로 만들어 수준을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과연 옳을까.


학창 시절 동네 친구들과 놀다, 대부분의 학군이 몰리는 주요 학원에 다니면서 거품 낀 삶이 지속된 적이 있었다. 일부러 부자동네에 놀러가 마치 그 주민인양 지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명품백을 모시고 살기도 했다. 그런 잘못된 자아는 거짓 인생을 살게 하고 똑같이 남에게 손가락질하게 된다. 돈으로 기준을 만들어 삿대질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 주변에는 비슷한 인물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잘됐다 잘못됐다 알려주지 않았다.


화려한 매체에 쉽게 노출되는 현재, 누구나 ‘애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할 것은 따로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살면서 돈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정신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자존감이 뭉개질 때마다 다시 쌓아 올려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인간 중심의 삶을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위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정신적 가치를 우위에 두고 포용과 허용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인간 위주의 삶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으며,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에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

참된 정신을 가꾸다 보면 자유에 가까워진다. 고로 돈 되는 책만 읽어선 안 될 것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단어는 말하고 있다. 비우면 보이고 삶이 향기로워진다고. 이제 그만 손가락질을 멈추고 단순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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