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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 알아? (일병)

by 제이 Jan 08. 2025

나와 같이 용산 미8군에서 근무하던 동기 중에는 헌병대로 차출된 K도 있었다. 다음은 K가 일병일 때 있었던 일.  

어느날 오후 K는 육본 맞은편에 있는 게이트1 에서 차량출입관리를 하고 있었다. 민간인 경비아저씨와 같이 들어오는 차들을 체크하고 있는데, 한국 군인이 운전하는 까만색 세단차 하나가 정문에 나타났다.

“단결!” 하면서 차를 세우자 정복을 입은 한국육군 원스타가 뒷좌석에 보였다. 장군은 신분증을 흔들며 “야, 급한 일이니 빨리 들여보내줘!”라고 했다.

하지만 사전에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고, 출입증도 안 붙어있는 차라서 K는 공손히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사전연락이 안된 차량이라서 출입인가신청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원스타는 화를 버럭 내면서 “너 내가 누군 지 알아?”를 시전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출입증이 없는 차량은 반드시 신청서를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이 새끼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바쁘다고 했잖아? 못들었어?” "들었습니다만, 원칙대로 절차를 밟으셔야 출입이 가능하십니다.”

이렇게 3-4분정도 실랑이가 계속되자 차량이 20대 정도 밀려서 빵빵거리고 난리가 났다. 

화가 끝까지 난 장군은 씩씩거리며 “너 이 자식 죽을 줄 알아!”라며 결국 차를 빼고 신청서를 다 쓴 후에야 겨우 영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 Visitor 표지를 붙이고. 

그렇게 일이 마무리된 줄 알았지만, 그 쪼잔한 원스타는 미군 헌병대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앞뒤 꽉 막힌 카투사 일병새끼 때문에 중요한 회의에 늦을 뻔 했으니 혼쭐을 내놓으라고. 이 얘기를 들은 우리 동기들은 모두 후환을 두려워했고 K가 최소한 군기교육대는 갈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며칠 후 미군 헌병대장은 K의 정확한 일처리를 칭찬하며 오히려 표창장을 주었다. 

그리고 파견대장에게 연락하여 2박3일 포상휴가까지 다녀오게 했다는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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