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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May 28. 2024

#34 마치 물에 빠진 것만 같은 날.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라는 말은 누구나 종종 듣는 말일 것이다.

그렇기에, 차를 마시면서부터 수분을 많이 섭취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전, 그날은 의도치 않게 하루종일 뭔가를 입에 달고 마셔댔다.

돌이켜 생각하니 마치 물에 빠진 것만 같은 날이었다.


며칠 전 주말, 이 날은 헌혈주기가 돌아오는 날이었다.

헌혈하는 날은 다른 날과 달리 나름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다. 그래봤자, 

토스트에 커피 한 잔이었지만, 아침을 거르거나, 과일 한쪽 먹는 나에게, 

이 정도면 제법 든든한 아침 식사다.


그렇게 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헌혈의 집으로 향했다.

걸어서 대략 20분 정도, 조금은 더운 느낌이 있는 날씨였으나,

아직 오전 시간 때라 그런지 다니기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좋은 일을 하러 간다는 생각에 나름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헌혈의 집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선생님께서 헌혈전후로 꼭 물 한 컵 싹을 마시라고 권하시기에

그렇게 헌혈 전에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시는 동안, 나의 이름이 호명되어, 

헌혈을 마치고는 물 한 컵을 더 마신뒤, 나온 김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봤다.


대략 정심 12시 가까이된 시간이었다.

날은 오전과 달리 햇살이 뜨겁고 습하기까지 한 날씨였다.

헌혈까지 한 탓에 몹시 허기지고 어질어질한 기분이 이대로 집까지 걸어가기 힘들어,

일단 뭔가 시원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걸어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가까운 카페에 들러 별생각 없이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했다.

보통 스타벅스를 즐겨가던 나는 벤티 사이즈를 생각하고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했던 것인데,

거의 하루종일 마실만한 텀블러 사이즈의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아이고야, 이걸 언제 다 마시나, 오늘 잠은 다 잤네...'라고 생각하며 


그 거대한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서는,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 라떼 한잔을 더 테이크 아웃하여

한 손 가득 장 본 물건과 커피 캐리어를 들고서는 다른 한 손에는 그 거대한 커피를 잡고는

홀짝 거리며 집까지 걸어왔다.


보통 별 일정 없는 주말 정심은 배달음식으로 때우는 편인데,

어머니께서 커피를 받아 드시고는, 올라가는 날 붙잡고는 오랜만에 밥 먹고 올라가라고 하셔,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는 내방으로 올라갔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입가심할 요량으로

차까지 우려내어 마시고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배가 부른 것이 

점심 식사 때문만이 아니라, 물배가 찬 느낌이 들었다.

하루 반나절 만에 나는 어마어마한 수분을 섭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후에 약속이 있어, 우산 없이 나갔던 탓에 비를 쫄딱 맞아야 했다.

오전에는 덥고 습하여 땀도 많이 흘렸는데, 오후에는 비까지 맞고, 

하루종일 이것저것을 마시는 꼴이

오늘 하루는 물에 빠진 것 만 같은 날이었다.


헌혈로 빠져나간 내 피는 이미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마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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