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차를 보관할 때는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습도가 매우 중요하다.
습도에 따라 맛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이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곰팡이가 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요즘 같은 장마철은 특히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역시 '물먹는 하마'같은 제습제를 비치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 돈 주고 도통 사지 않는 것이 '물먹는 하마' 같은 제습제 이기도 하다.
왜냐면, 보통 습기에 취약한 제품들을 다루다 보면, 그런 제품에는 제습제가 들어있기 마련인데,
의류 또한 습기에 취약한 제품 중 하나이다 보니, 지천에 널린 것이 제습제, 바로
'실리카겔'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들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한 번쯤 보셨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도시락용 '김'에 가장 바닥에 깔려있는
'먹지 마시오'라고 적힌 작고 하얀 정사각 봉투 말이다.
뜯으면 하얗고 동글동글한 알갱이가 들어있는 그것이 바로 제습재 '실리카겔'이다.
이런 실리카겔은 입/출고를 담당하는 팀에서 많이 관리하며, (거의 다 버린다.)
특히 해외에서 들어온 수입 제품들에 같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 기준으로는 일본에서 들어온 제품의 실리카겔이 제일 크고 좋아 보였다.
(솔직히 실리카겔의 제습 효과가 얼마나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마침 일본에서 들어온 물건이 있어 '실리카겔'을 모으러 배송팀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보통 입/출고 중에 지천에 널려 있어야 했을 '실리카겔'이 얼마 보이지 않았다.
"어? 실리카겔 다 버렸어요?"
"아니요, 요즘은 일본은 실리카겔보다는 제습지 있잖아요, 그 종이 많이 쓰더라고요"
"정말요?, 아 죄송한데, '실리카겔'좀 나오면 버리지 말고 저 좀 모아 주실래요."
"응 그럴게요, 올라가세요."
(실제 몇몇 직원들은 나처럼 '실리카겔'을 모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 꼴이다.
그래도 다행히 며칠 지나 배송팀 직원분이 이 '실리카겔'을 한봉투 가득 모아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
나는 이렇게 '실리카겔'을 한가득 가지고서는 귀가하여
차를 보관하는 서랍이며, 옷장 바닥 등등.. 내방 이곳저곳에 넣어 두었다.
실제 '실리카겔'의 효능은 지켜봐야겠지만,
그간 습한 기후 탓에 곰팡이라도 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마음만은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실리카겔'의 성능은 올여름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습기로 걱정하던 내 마음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