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최근 저녁 때면 내 방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형이다. 방문 목적은 바로 '에어컨'이다.
우리 집에는 총 3대의 에어컨이 비치되어 있다.
거실과 안방 그리고 내 방에 에어컨이 있다. 즉, 형의 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내가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고, 열악한 옥탑에 위치한 내 방은 한여름에
에어컨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있을만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에어컨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요즘 같이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이면 형은 곧잘 내 방에 상주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나는 워낙 이것저것을 많이 사모으는 성격이라,
온갖 책과 만화책, 보드게임, 게임기, TV, 컴퓨터, VR까지 놀꺼리가 아주 풍성하기에,
좀처럼 한번 올라와서는 도통 본인 방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통 나는 저녁시간에 차를 마시며, 차분히 책을 보려 노력하는데, 그 옆에서 형이 VR을 착용하고는
허공에 헛손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사납기 그지없다.
"이것은 명백한 민폐며, 침범이다! "
그렇게 정신 사나운 여름날을 보내던 중 지난 어느 날, 형이 갑자기 내가 마시는
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형은 내게 마시는 차를 한잔 달라고 요청했다.
"이건 무슨 차냐?"
"백차"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아냐?, 뭘 우려낸 거나고!!"
"차 나무"
"야, 그 차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아니, 나무 이름이 차 나무야!!!, 중국차는 녹차건 홍차건 웬만하면, 차나무잎이야!!"
"아 그러냐?, 근데 더워 죽겠는데, 맨날 뜨겁게 이걸 왜 마시냐?"
"향긋하니 얼마나 좋아, 마시기 싫으면 내놔!"
"한 잔 더 따라봐, 마실만 하네."
"참나... 말이라도, 그냥 맛있다, 향기롭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그렇게 형제는 한여름밤 술잔이 아닌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에게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으나, 두 번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 차가 아깝게 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아, 좀 천천히 마셔!! 그렇게 벌컥벌컥 들이키지 말라고!! "
우리 형제는 성향, 성격, 사고방식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대척점을 이룬다.
심지어 외모까지도 전혀 닮지 않았다. 우리 형제가 같이 다니면서,
우리를 형제로 알아보는 사람을 살면서 단 한 명도 만나 본 적 없었다.
아마 우리가 형제로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가까워질 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로 만난 탓에 우리 형제는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서 이 무더운 여름이 끝나 형이 그만 내 방에 올라오길 바라며,
그날 형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근데 맛있냐?, 이게?"
"아!, 맛없으면 마시지 말고 내려가라고!!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