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달콤과 달큰 사이, 생차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보이차도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숙차는 깊고 진한 향, 그 구수함이 주는

특유의 그 따뜻한 느낌이 매력적이고,

내가 최근 가장 많이 즐기고 있는 백차는 향긋한 향기,

꼭 꽃향기와 같은 그 은은한 향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오늘 얘기할 생차.

생차는 싱그럽고 달큼한 뒷맛이 정말 매력적인 차이다.

백차 역시 향긋한 꽃향이 주는 특유의 달달함이 있는데,

생차의 달달한 향은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과일 향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 기준으로 숙차나, 백차 같은 다른 보이차 들은

다소 다양하고 복잡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풀 맛이 날 때도, 꽃향기가 날 때도, 흙맛이 날 때도 있다.

(물론 흙을 퍼 먹어본 적은 없다. 맹세컨대 진짜다.)

이렇게 복합적인 맛과 향이 더해져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생차의 경우 비교적 단순한 맛과 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단조로운 느낌은 결코 아니다.

굳이 제일 비슷한 느낌을 찾자면 포도를 먹을 때,

포도알을 씹어 삼키고 난 후, 입안에 남아있는

포도의 잔향 같은 향이랄까? 

포도 중에서도, 샤인 머스킷 이나 거봉에 가깝다고 할까?

물론 보이 생차 역시 그 종류에 따라 향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싱그럽고 향긋한 느낌의

달콤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무개감이 있고

달큰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가벼운 느낌.

달콤과 달큰 사이 그 어딘가의 느낌.

내가 생차를 마신 것은 이것으로 두 번째이다.

내가 생차를 처음 마신 날은

처음 차를 시작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친구가 내게 생차를 소개해 주며,

'샤인 머스킷'과 비슷한 향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주었었다.

하지만, 사실 그때의 나는 그 향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그날로부터 한 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친구가 말해 줬던,

'샤인 머스킷'향이라고 했던, 그 포도향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 마시던 날, 나의 차를 우리는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때의 나는 차의 맛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지,

현제,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전보다 차를 좀 더 정성스럽게 우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차의 맛과 향도 이제는 제법 잘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뿌듯해지는 기분도 든다.

'난 이 달콤, 달큼한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까지 얼마나 걸린 걸까?'

'생각보다 한 참을 걸린 것 같지만, 제대로 온 것 같아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