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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Oct 29. 2024

#54  '차의 시간'='쉬는 시간'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지난주 언젠가?, 오랜만에 퇴근길에 대형 서점을 방문했다. (운동 가기 싫어서...)

사실 집에 읽지 않고 사 모은 책이 쌓고 쌓여 탑을 이루고 있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물건이라는 것은 살 때가 가장 즐겁다.

나는 책을 살 때 두 권씩 사는 버릇이 있다.

하나는 진짜 읽고 싶었던 책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


그리고 한 권은 조금은 멍청한 방법이지만,

표지와 제목 그리고 책의 두께(얇은) 책으로 고른다는 것이다.

왠지 무슨 작품인지 찾아보면, 스포일러를 당할 것만 같아

그냥 마음에 드는 제목이나 표지를 보고 고른다.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존재하지만,


그 책을 펼치기 전까지의 제목만으로 혼자 이래저래

유추하고 상상해 보는 그 일련에 과정이 너무 즐겁다.

다만 실패한, 으음...'실패한'라는 표현은 너무 과격한 것 같으니

'내 취향이 아닌 도서'라고 하자. 여하튼 그런 도서 역시

값을 주고 구매한 것이기에 한 번은 완독을 해 줘야 하는 구매자로써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르는 책을 구매할 때는

그나마 완독 하기 쉽게 책의 두께 또한 고려하는 이유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구매하고 싶었던 책을 집어 들고서는

그렇게 이리저리 서점을 배회하던 중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차의 시간>이라는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님의 책이었다.

작가명을 미루어 보아 일본 작품인 듯했다.

'오!, 일본의 차에 대한 이야기 인가?, 재밌겠는데..'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의 차는 몇몇 녹차 종류를 제외하면 아는 것이 거의 없기에,

상당히 흥미가 당기기 시작했고, 아쉽게도 서적은 밀봉되어 있어 열어보지 못했으나,

표지 그림이 어딘가 하찮아 보이는 것이 매우 재밌어 보였다.

두께 또한 얇았다. 그렇게 나는 <차의 시간>이라는 책을 바로 집어왔다.


그리고는 귀가하여 서둘러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방에 돌아와 책을 펼쳤는데, 공교롭게도 '차의 시간'은 만화책이었다.

굉장히 소소하게 재밌는 느낌의 그림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잠깐 맛만 보려 펼쳤던 그 책을 그날 나도 모르게 절반을 읽어 내려가 버렸다.

나는 일반 책은 느리게 읽는 편이면서, 만화책은 기똥차게 빨리 읽는다.

(책을 빨리 읽어 버리면, 뭔가 상당히 아쉽다.)


책은 내 예상과 달리 일본의 차문화나 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조용하고 잔잔하고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 만화다.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차의 시간'이란, 차를 비롯해 커피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음료 및 디저트,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소소하고 여유로운 일상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일본의 작품인 만큼, 일본의 지명, 지역색, 음식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일본 문화에 문외한 내 입장에서는 몇몇 상황이나 차, 음식들이 쉽게 그려지지 않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달린 주석을 참고해 가며,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주석 또한 아주 상세히 잘 달려 있었다.)


이 책에 주인공(작가)은 단순히 쉼을 위해 카페에 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과연 나는 단순하게 쉬기 위해, 쉼을 위해 카페에 들어간 적이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마도 나는 없었던 것 같다.)


쉼이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닐 텐데...

거리에 널리고 널린 카페에 들어가는 일처럼

언제든지, 얼마든지,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쉴 수 있을 텐데...


나는 무엇 때문에, 그 쉬운 일을...

단순하게 쉬기 위해 카페에 들어갈 생각을 한 번도 못해 본 걸까?

왜 그렇게나 여유 없이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내가 조금 안쓰러웠다.


가벼운 이야기와 가볍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만화와 더해져,

더욱 가볍게 부담 없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정말이지 차를 마시며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차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제법 내게 와닿았다.


다음 기회가 되어 일본에 방문하게 된다면 카페와 디저트들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면 혼자 가야 된다. 나의 친구들은 차나 카페 디저트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들 뿐이다.)


아무래도 나는 아마 이 작가, '마스다 미리'님의 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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