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는 올해 초 처음으로 둥근 차 한편을 소장하게 되었다.
이런 둥근 차 편을 차칼로 조금씩 찔러가며, 분해하는 과정을
'해괴'라고 하며, 이 해괴 과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최대한 말린 찻잎들이 부서지지 않게 온전하게 떼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벌써 이런 한 편의 둥근 차 편은 반 월 보다도 작아졌는데,
여전히 나는 이 '해괴'작업을 잘 못한다. 도통 요령이 잘 늘지 않는다.
매번 할 때마다 찻잎들이 가루가 되고 부서지고 만다.
그러는 바람에 해괴를 한 차편의 단면 역시 마치 쥐라도 파먹은 것
처럼 난잡하기 그지없다.
근데 문제는, 이 '해괴'라는 작업이 내게 있어 생각보다 너무나도 재밌다는 것이다.
뭔가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된 기분도 들고, 어쩌다가 온전하게 제법 커다란 찻잎을
떼어낼 때의 그 쾌감, 이렇게 신나게 찌르고 비틀고 뜯어내다 보면,
어느새 온전한 찻잎은 한 두 개고 전부 가루져 있기도 하고,
또 언제는 신나게 찌르다가는 불필요하게 많은 양을 뜯어내기도 한다.
나 혼자 즐겁게 망해가는 '해괴' 작업.
뭐 찻잎이 좀 짠짠 하고, 가루가 진다고 차 맛이 뭐 그리 다르겠냐 만은,
차를 우리기 전 계량을 할 때와 설거지할 때, 여간 귀찮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계량할 때, 내가 사용하는 저울은 최소 단위가 1그램 단위의 저울로
그다지 정밀한 저울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이 찻잎의 가루를
아무리 긁어모아 계량을 해도 저울의 계기판이 꼼짝도 안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자꾸 올리다 보면 어느새 정량을 넘겨 버리기 일 수다.
"에잇, 고물 같은 저울!, 하나 새로 사던가 해야지..."
뭐 이 부분은 저울의 탓도 있으니,
가루진 나의 해괴 실력만은 탓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변호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또 설거지할 때, 그 가루진 찻잎들은 여기저기 사이사이에 끼어 들어가,
여간 설거지하기 귀찮게 괴롭힌다. 사실 현제는 깔끔한 설거지는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이다.
다만, 최근 이런저런 다기들을 새로 구입하기도 하고,
구입할 예정이기도 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깔끔하게 좀 설거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지만,
이 다짐 역시 얼마나 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느껴지는 내가 우린 차맛이,
예전 우릴 때 보다 훨씬 좋아지고, 맛있어 짐을 느낀다.
차의 맛을 알아감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된 것인지,
차를 우리는 실력적인 부분이 나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어떠하랴?, 이전보다 뭐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근본적인 나의 해괴 실력의 발전을 바라며,
오늘도 즐겁게 나의 해괴 작업은 망해 가지만,
오늘도 맛있게 나의 차는 잘 익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