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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Nov 05. 2024

#55 연못에 뜬 '별미'

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최근, 친구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 '연꽃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게 '연꽃차'를 선물로 보내 주었다.


나는 지난 수년 전, 연꽃이 뒤덮어 수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공원의 연못 근처를 지나다닌 적이 있다. 꼬박 2년 정도?,

거의 매일 아침을 그 공원의 연못 근처를 지나다녔었다.

나는 그 연못을 싫어했다. 그 연못에서는 아침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누군가의 고약한 선곡인지, 매일 아침 구슬픈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기분이 처져 우울한 출근길, 구슬픈 발라드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누구 하나 연못에 코 박고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이라면, 역시 연못을 뒤덮은 연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연꽃, 봄에서 여름 연못을 뒤덮은 모습은 가끔 그위를 밟고

설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 오면,

공원 관리자들이 시들시들한 연꽃을 모두 배어 버린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남김없이 몽땅 배어 버린다.


그렇게 앙상하게 드러난 연못과 연꽃의 줄기들.

그 수년 전 늦가을 나는 처음으로 연꽃이 물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연못 바닥에 뿌리를 박고 서서 잎을 수면으로 띄워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연못은 보기 흉하고, 또 쾌쾌하고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이 연꽃의 냄새인지 연못에 고인 물의 악취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는 친구가 내게 들려줬던, 연꽃차의 향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도착한 친구의 선물상자에는 다양한 차들과 더불어 '연꽃차'가 들어 있었다.

모든 차들이 궁금했지만, 역시 그중 가장 신경 쓰이던 것은 '연꽃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는 내게 '연꽃차'를 별미라고 소개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별미라는 단어가 내 궁금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별미 - 특별하거나 귀한 음식, 혹은 흔히 맛볼 수 없는 맛.


내가 알고 있던 그 비릿하고 쾌쾌한 냄새를 다시금 떠올리며,

그렇게 서둘러 연꽃차의 봉투를 열어, 마른 찻잎의 향을 맡아 보았다. 의외다.

정말 의외였다. 연꽃차의 향은 달달하고 풀과 꽃향기의 중간 어딘가 같으면서,

그 향기는 상당히 진하고 강렬하여 달콤한 과일향 같기도 했다.

이건 냄새가 아닌 분명한 향기다.

그 이국적인 향기에 나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차를 우려내었다.


향기에서 느껴지듯 전혀 비리지도, 전혀 쾌쾌하지도 않았다.

그 마른 찻잎의 향기는 고스란히 찻물에 담겨 상당히 진하게 차속에 녹아 있었다.

다른 차들의 은은한 향과 다르게 진하게 풍겨오는 연꽃차의 차향.

가끔은 이런 진한 향의 차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의 별미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며, 참으로 알맞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달콤하고 진한 향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다음에는 다른 차와 조금 섞어서 우려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독특하고 이국적인 향이긴 하나, 딱히 거부감이 드는 향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다른 차와도 제법 조화로우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베트남의 '연꽃차'처럼 각국의 별미라고 불리는 혹은

나라를 대표하는 차가 하나씩만 있다고 생각해도,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라고 한다.)

세상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차들이 있다는 것일까?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다양한 차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과연 나는 살면서 얼마나 다양한 이국적인 별미들을 마셔볼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차들을 이름도 모르는 채 지나가게 될까?

.

.

.

이후 친구에게 더 자세한 연꽃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연꽃차는 블랜딩 된 차로써, 처음에는 상당히 진하게 우러나오기 때문에,

일반 차를 우릴 때 보다 찻잎의 양을 조금 줄여 우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음에 연꽃차를 마실 때에는 찻잎의 량을 조금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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